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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에세이] 솔로몬의 지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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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에세이] 솔로몬의 지혜가 필요하다

입력
2008.02.09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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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약성경 열왕기상을 보면 솔로몬의 지혜로운 재판 이야기가 나온다. 사흘 간격으로 아이를 해산한 두 여인의 아이 중 하나가 사고로 죽자 두 여인은 산 아이가 자신의 아이라고 주장하다 결국 솔로몬에게 재판을 받으러 온다.

둘의 주장을 다 들은 솔로몬은 신하에게 칼을 가져와 산 아이를 둘로 나누어 각각의 여인에게 주라고 명령한다. 그러자 아이의 친어머니는 왕에게 간청한다.

"왕이시여, 산 아이를 저 여인에게 주시고 아무쪼록 죽이지 마세요." 그녀는 자식이 죽는 모습을 차마 볼 수 없었다. 자신이 키우지 못해도 좋으니, 부디 살려만 달라고 애원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지난달 과학기술부의 기능을 '과학'과 '기술'로 나누어서 교육과학부와 지식경제부에 통합한다는 정부 조직개편안을 확정, 국회에 상정했다.

이 발표를 들은 과학계 인사들과 과학자들은 가슴을 치며 안타까워하고 있다. 수 십 년간 땀 흘리며 일구어 온 과학의 터전이 두 동강이가 난다고 하니, 자신의 아이가 죽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어머니처럼 가슴이 바짝바짝 타들어 간다.

우리에게도 매우 친숙한 19세기 프랑스의 화학자 파스퇴르는 부패가 공기 중 미생물 때문에 일어난다는 사실을 밝혀 세균학의 창시자가 되었다.

또한 아세트산 발효를 연구해 식초의 공업적 제법을 확립했고, 포도주가 빨리 쉬는 것을 막는 저온살균법을 고안해 프랑스 양조산업에 큰 도움을 주었다. 이후 닭의 콜레라균을 배양하고 백신을 만들어 콜레라 예방 및 퇴치에 기여했고, 탄저병 패혈병 산욕열 등의 병원체도 밝혀냈다.

최근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우주광학사업단 이윤우 박사팀은 600㎞ 고도의 우주상공에서 0.5 m 크기의 물체를 식별할 수 있는 세계 최고 수준의 1m급 망원경용 비구면 렌즈와 거울 제작 기술을 개발, 말레이시아 등에서 수주가 이어지고 있다.

이 박사팀은 20년 가까이 광학 측정표준을 연구하면서 레이저를 이용해 나노미터 수준까지 측정하는 기술을 축적한 끝에 이 같은 성과를 만들어냈다. 이 기술은 대형 천체망원경, 항공기 및 위성 추적용 레이저장치, 환경관측용 광학레이더 등에도 곧바로 적용할 수 있다.

파스퇴르가 이룩한 수많은 과학적 업적들과 이윤우 박사의 사례를 살펴보면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바로 그들이 꾸준히 쌓아 올린 기초과학의 뿌리 위에 응용을 더해 우리의 실생활에 직접적이고 긍정적인 결과들을 안겨 주었다는 점이다.

이처럼 기초과학기술은 항상 응용성을 내재하고 있다. 촉매, 나노물질, 신약개발, 전지, 디스플레이 재료 등도 기초과학 연구를 기반으로 상업화에 성공한 예이다.

21세기 지식경제시대에서 기초과학과 기술혁신은 선후관계가 아닌 동시적 관계이다. 다학제 간 연구를 통한 창의적 연구, 그리고 분야와 분야의 경계를 넘는 융ㆍ복합 기술 연구가 이루어질 때 상식을 뛰어넘는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창출되고, 이를 통해 세계를 지배할 수 있는 상품을 개발할 수 있다.

과학과 기술은 한 몸을 이루고 있다. 우리나라가 4만 달러의 선진국 대열에 서기 위해서는 대학, 연구 기관 및 기업체들의 협동연구와 기술 사업화가 절실하다.

과학과 기술을 두 동강 내지 말고 한 몸체로서 튼튼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솔로몬의 지혜가 절실히 필요하다.

정광화·한국표준과학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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