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의 문화적 자존심 ‘국보 1호’ 숭례문 화재가 커진 건 숭례문 구조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소방당국의 미숙한 대처가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당초 소방당국은 화재 발생 1시간 만에 “큰 불길을 잡았다”고 했지만 불길은 다시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우선 소방당국은 화재초기 숭례문 설계도를 확보하지 못해 초기 진화 작업 시기를 놓쳤다. 숭례문 2층 누각 윗 부분은 기와-보토-강회다짐-적심-서까래-회벽바름 등의 구조로 이뤄져 있다. 당초 현장에 출동한 화재 진압 요원들은 처음 큰 불을 끈 다음 연기와 잔불만 남자 진화에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나무가 쌓여 있는 적심 부분에 불길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 특히 적심 위아래에 모래와 진흙을 다져 만든 강회다짐(20~30㎝)과 회벽바름이 방수 역할을 하면서 소방관들이 불을 끄기 위해 쏘는 물길을 계속해서 막아냈다. 소방당국은 불이 난지 2시간30분이 지난 10일 오후11시30분께야 숭례문 설계도를 확보했고 이런 구조를 파악했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숭례문에 소화장비와 시설이 부족했던 것도 불을 키운 이유 중 하나다. 현재 숭례문에는 소화기 8대가 1,2층 누각에 나눠 비치됐고 상수도 소화전이 설치된 것이 소방시설의 전부이다. 감지기 등 화재 경보 설비나 불이 나면 자동으로 작동하는 스프링클러는 전혀 없었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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