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금진
머리에 화롯불을 이고 살았다
누우면 시커멓게 바닥이 탔다
알몸이었다, 아무한테나 얹혀 살았다
발자국이 남지 않아 주민등록 말소가 되었다
니가 사람이냐, 집에서 내놓은 놈이 되었다
웃으며 사람들이 손가락질 했다
귀신을 타고 하루에 천 리를 달렸다
예언 하면 다 맞아떨어졌다
화천, 울진, 통영, 해남까지 흘러갔었다
수평선을 수십 번도 더 오르내렸다
가자는 데로, 하자는 대로 했다
구름 속에선 구름과 흘레했다
안 나오고 싶었다, 더는 뜨겁지 않았다
죽은 아버지가 날 알아보고 찾아 왔다
어둠 속에서 달은 외통수였다
▦1970년 충북 제천 출생 ▦1997년 강원일보 신춘문예 통해 등단 ▦시집 <새들의 역사> ▦창비신인시인상 수상 새들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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