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대통령’ 허재 KCC 감독의 두 아들은 농구선수다. 지난해 맏이(웅)와 막내(훈)가 소년체전 중등부와 초등부에서 나란히 우승을 이끌며 화제를 모았다.
허 감독의 첫째 아들 웅이와 함께 용산중을 최강으로 이끌고 있는 이동엽이는 지난해 농구대잔치에서 동국대를 결승으로 이끈 이호근 감독의 아들이다. 이외에도 농구계에는 유독 부자, 모녀 선수가 많다. 물론 부전자전의 경우도 있고, 그 반대도 있다. 부자, 모녀가 ‘난형난제’인 경우도 있다.
부모>자녀
올 시즌 나란히 데뷔한 이광재(동부)-이유진(삼성생명)은 삼성전자에서 선수 생활을 한 이왕돈씨와 태평양화학을 거쳐 국가대표를 지낸 홍혜란씨의 자녀다.
이광재가 주가를 올리고 있지만 출중한 미모와 실력으로 엄청난 인기를 끌어 모았던 어머니에는 못 미친다. 이광재는 “어머니의 전성기 시절 얘기를 주위에서 많이 들어서 부담도 되지만 오히려 관심과 격려를 받을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70년대 최고의 테크니션으로 이름을 날린 김동광 전 KT&G 감독은 2005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아들 김지훈을 지명해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김지훈은 부상 탓에 두 시즌 동안 12경기 출전이 전부다. 삼성전자 창단 멤버인 이명호(현 WKBL 사무국장)씨의 아들 이상준(동부-상무), 국가대표 출신 홍영순씨의 딸 박연수(우리은행)도 코트를 누비고 있지만 부모의 명성만큼은 아니다.
자녀>부모
모비스 함지훈의 아버지 함영진씨와 어머니 이정우씨는 올시즌 강력한 신인왕 후보로 떠오른 아들이 대견스럽기만 하다. 함씨와 이씨는 각각 전매청과 선경에서 선수생활을 했지만 스타 플레이어는 아니었다.
LG의 한정훈도, 기업은행에서 선수로 뛰었고 현재 KBL 감독관인 아버지 한영남씨보다 한 수 위라는 평가를 받는다. 우리은행의 ‘간판 센터’ 김계령의 아버지 김진도씨는 건국대에서 선수생활을 했다.
현재 부천대 교수로 재직 중인 김씨는 코트를 호령하는 딸의 모습에서 대리만족을 느낀다. 신세계에서 신인 같지 않은 대담한 플레이로 주목 받고있는 배혜윤의 어머니 문정혜씨도 외환은행 선수 출신이다.
부모≒자녀
올해 KBL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KCC 유니폼을 입은 하승진(221.6㎝)은 농구가족의 일원이다. 아버지 하동기(205㎝)씨와 누나 하은주(202㎝ㆍ신한은행), 그리고 하승진이 모두 국가대표로 뛴 경험이 있다. 특히 셋 다 키가 2m가 넘어 ‘거탑 가족’으로 불린다.
오리온스 김상식 감독대행은 선수 시절 ‘이동 미사일’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김 대행은 7시즌 평균 10.36점의 준수한 성적을 냈다. 한국농구의 슈터 계보는 김영기-신동파-이충희 등으로 이어지는데 50~60년대를 풍미한 김영기 전 KBL 총재가 바로 김 대행의 아버지다.
김 전 총재도 아들이 농구공을 잡겠다고 하자 기를 쓰고 말렸다. 춥고 배고팠던 경험을 대물림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 대행은 중학교 2년 때 기어이 농구를 시작했다.
김 대행은 “너무 힘들어 포기하고 싶을 때도 많았는데 그때마다 아버지께선 ‘누가 시킨 것도 아니고 네가 하고 싶어 한 일’이라며 꾸짖으셨다”면서 “당시엔 야속하게 느껴졌지만 지금은 아버지의 마음을 이해한다”고 말했다.
양준호 기자 pir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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