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가 명절을 맞을수록 서러움과 쓸쓸함을 느끼는 사람들이 훨씬 많아졌다. 올해 설도 예외가 아니다. 흩어졌던 가족들이 모처럼 모이는데도 소망과 격려를 나누려는 의욕은 찾기 힘든다.
고단함과 무력감에 찌들고 지친 얼굴들만 넘쳐난다. 경제를 살리고 서민생활을 안정시키겠다는 새 정부가 곧 들어선다지만, '지금 여기'는 너무 답답하다. 체감실업률과 생활물가 상승률을 더해 경제적 고통을 계산한 생활경제고통지수가 카드대란을 겪던 4년 전 수준으로 치솟았다니 그럴 만도 하다.
이명박 당선인은 어제 설 대목이 사라진 재래시장을 둘러본 소감을 전하면서 "서민생활이 점점 더 어려워지는 것 같아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그 전날엔 "물가와 무역수지 동향이 심상치 않다"는 보고를 받고 면밀한 점검과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주요 국내외 경제지표 악화와 이에 따른 서민경제의 불안을 방치할 경우, 기업 투자여건 개선을 통해 경제활력을 되찾고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구상이 시작부터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정권 교체기의 우리 경제를 둘러싼 환경을 냉정하게 따져보면 마땅한 대책을 찾는 일이 결코 쉽지 않다. 미국 및 유럽의 경기둔화와 중국의 긴축 움직임, 원유ㆍ원자재ㆍ곡물 가격의 상승은 무역수지와 물가를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그 영향은 기업실적 악화와 소비 부진을 넘어 생산 및 소득 감소로 이어지고, 투자와 고용, 소비가 위축되는 악순환이 고착화할 가능성이 높다. 그 피해는 서민층과 영세 자영업에 고스란히 돌아온다.
이 당선인이 인수위에 대해 "성장의 혜택이 중산층과 서민층에 돌아가는 민생대책 마련에 최우선의 방점을 찍어라"고 말했을 때 분명히 이런 상황을 염두에 뒀을 것이다. 그러나 결과는 신통치 않고 민생은 여전히 고단하다.
그렇다고 기대를 버릴 수는 없다. 여망에 부응하려면 당선인과 그 주변은 한 건주의 발상을 버리고 초심을 유지하면서 톱니바퀴처럼 맞물린 정교한 경제관리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 내일에 희망과 믿음이 있으면 오늘의 고통을 마다하지 않았던 것이 우리 이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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