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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中 '귀성 전쟁'에 비하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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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中 '귀성 전쟁'에 비하랴

입력
2008.02.05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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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베이징(北京) 조간 신문에는 귀성 인파로 아수라장이 된 광저우(廣州) 역내에서 부모에 안겨있던 어린이가 위험해지자 주위 사람들이 아이를 번쩍 들어 건네주는 방식으로 아이를 구출하는 사진이 실렸다. 이 역에서는 1일 한 소녀가 인파에 깔려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달 중순 시작된 중국 설 귀성은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다. 100년 만에 찾아온 폭설 및 한파 대란으로 남북을 잇는 철도와 도로가 끊어져 귀성객들은 며칠 밤 낮을 도로 위 차량이나 기차에서 떨었고, 차디 찬 대합실 콘크리트 바닥에서 지새웠다.

올해가 아니어도 중국 설 귀성은 유난하다. 콩나물 시루 같은 기차에 오른 귀성객들은 화장실에 갈 수 없어 최장 2~3일 동안 적게 먹고, 심지어는 굶기까지 한다. 올해는 폭설까지 겹쳤으니 귀성객들의 고생이 이루 말할 수 없다. 중국 정부는 귀성 자제를 호소하지만 기차 암표가 오히려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중국인에게 유일한 명절 휴가인 설은 고향 가족들과 만나 타향에서 맛본 고생과 설움을 씻고 재충전하는 소중한 시간이다. 특히 삶의 터전을 농촌에 두고 돈 벌러 도시로 나가는 1억 5,000만 명의 농민공에게 설 전후 한 달간 고향에서 머무는 기간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 고생스런 길을 자초하는 민초들은 저임금의 노동을 제공하면서 중국의 경제 성장을 견인하는 주인공이기도 하다.

중국의 한 칼럼니스트는 “위대한 한자가 컴퓨터에 입력하기 가장 어려운 문자가 돼버렸듯 중국의 설 귀성도 현대 중국의 가장 불편한 행사가 됐다”며 “그래도 설 귀향은 중국인을 중국인답게 만드는 통과의례”라고 말했다. 이 시간 꽉 막힌 도로에서 고생하는 한국의 귀성객들에게 중국의 설 풍경이 위안이 됐으면 한다.

이영섭 베이징 특파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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