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와 비디오로만 지난 영화를 감상할 수 있던 시절, 설 연휴 각 방송사에서 쏟아 내던 명작 영화들은 기름진 명절 음식보다 더 간절한 기다림의 대상이었다.
옹기종기 모여 앉아 오랜만에 만난 친척끼리 어색함을 깰 수 있는 고마운 도구이기도 했던 설 연휴 TV 영화. 설 특선 메뉴처럼 등장하던 청룽(成龍) 영화와 슈퍼맨 시리즈에도 지겹다는 불평 하나 없이 재미있게 보던 그때의 즐거움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여전히 TV의 특집 영화들은 가슴을 설레게 한다.
올해 설 연휴 각 방송사가 선보이는 ‘영화 메뉴판’에는 극장 상영 후 공중파 방송까지 걸리는 시간, 일명 홀드백(Hold back)이 점차 짧아진 덕분에 예전 같으면 몇 년 후에나 볼 수 있는 신선한 최신 영화들이 가득하다.
물론 이미 지난 추석연휴 때 전파를 탄 조금은 묵은 영화도 있으며, 케이블 TV를 통해 수 차례 봤음직한 작품도 많다.
다행히 이번 설 편성에서 리셀 웨폰 시리즈와 같은 연휴 단골 상영 영화는 말끔히 사라졌다. 놓칠 수 없는 TV 상영 영화 7편을 골라봤다.
극장 상영 1년 이내 영화들, 놓치지 마세요!
◆ 동갑내기 과외하기2 (KBS2 6일 오후 11.05)
2003년 권상우와 김하늘 주연으로 당시 520만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 돌풍을 일으킨 <동갑내기 과외하기> 의 속편. 한국어를 배우기 위해 일본에서 온 교환학생 준꼬(이청아)에게 하숙집 아들 종만(박기웅)이 욕과 비속어가 섞인 가짜 한국어를 가르치면서 벌어지는 좌충우돌 이야기. 동갑내기>
그러나 열공 과외모드에 돌입한 준꼬의 학구열은 그칠 줄 모르고, 무책임 과외와 비검증 실전 속에 준꼬는 점점 외국인 욕쟁이로 거듭난다. 꿈 많던 준꼬의 한국 생활은 험난하게 꼬여만 가는데….
◆ 도쿄타워 (EBS 9일 오후 11.00)
비중은 장동건 급, 하지만 마이너 취향의 영화에 주로 출연하는 오다기리 죠 주연의 2007년 작품. 일본인들의 큰 사랑을 받았던 소설 <도쿄타워> 가 원작인 영화로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어머니의 사랑을 주제로 했다. 도쿄타워>
우리 모두의 첫사랑이자 마지막 사랑인 어머니. 도쿄타워처럼 항상 그 자리에 굳건히 서있는 어머니를 생각케 하는 영화다. 오다기리를 비롯해 나카무라 토오루, 고이즈미 쿄코 등 일본 아이돌 스타들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 황후화 (MBC 6일 밤 0.15)
장이모우 감독, 저우룬파, 궁리, 저우제룬이 주연한 당나라 말기가 배경인 중국 무협영화. 화려하기 그지 없는 황실.
그러나 속내는 황권을 둘러싼 음모와 저주로 가득하다. 중양절을 전후해 황후는 황제에 대응을 꾀하고 황제는 그러한 황후를 제거하기 위해 하루하루 약에 독을 타는데….
중국영화 다운 스케일과 온통 금색과 은색으로 치장한 수만 군사의 액션 신이 눈을 사로잡는다. 옛 중국어를 사용해 뛰어났던 극의 사실감을 성우들의 더빙이 얼마나 살려줄 지 의문이다.
◆ 극락도 살인사건 (KBS 2 9일 오후 11.35)
극락처럼 살기 좋은 섬마을의 12명 주민 모두가 어느 날 연기처럼 사라진다. 범인이 누구인지, 이유가 무엇인지 모르지만 분명 이들은 한 명의 살인마에 의해 살해된 것처럼 보인다.
보건소장의 부임과 함께 동네 사람들에겐 설탕이 배급된다. 한 노인의 생일잔치 날, 끔찍한 살인 사건이 발생하고 극락도는 공포 속으로 빠져든다.
외부와 고립된 이 섬에서 주민들은 살인자와 함께 있다는 두려움에 휩싸이고 마치 애거사 크리스티의 추리소설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에서 느꼈던 흥미진진함이 보는 이를 둘러싼다. 박해일의 연기력이 돋보이는 작품. 그리고>
두 번 봐도 재미있다. 수준급 재탕 영화
◆ 괴물 (KBS 2 8일 오전 10.40)
영화 <괴물> 은 그동안 선보였던 괴물영화의 공식을 과감히 탈피해 성공했다. 먼저 주로 밤에 출연하는 것으로 여겨지던 괴물이 이 영화에선 휴일 대낮에 거리낌 없이 몸 전체를 드러낸다. 괴물>
동시에 다른 영화에서라면 당연히 꼭꼭 숨겼을 괴물의 정체를 극의 가장 초반에 알려준다. 한강변에서 아버지(변희봉)의 매점 일을 돕던 강두(송강호)는 갑작스런 괴물의 공격에 딸(고아성)을 빼앗긴다.
아수라장으로 변한 한강변을 떠도는 가족의 이야기. 지난 추석연휴 때 공중파에서 방영됐지만 또 봐도 후회스럽지 않은 2006년 최고의 한국영화이다.
◆ 아일랜드 (SBS 10일 낮 12.10)
<트랜스포머> 의 감독 마이클 베이의 2005년 작품. 한 때 전국을 강타했던 인간복제 이슈와 함께 유명세를 치렀던 유전자 복제를 다룬 영화. 트랜스포머>
메릭연구소에는 1,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쾌적한 환경 속에서 편안한 인생을 즐긴다. 지구는 완전히 오염됐고, 그래서 선택 받은 이들이 안락한 공간에서 생활한다.
일종의 복권 당첨을 통해 오염되지 않은 지상천국으로 나갈 수 있게 될 날을 기원하며 사는 이들. 그러나 진실은 너무나 가혹했다.
모든 것은 허상일 뿐, 연구소의 사람들은 다름 아닌 누군가의 복제인간이란 충격적인 사실이 전해진다. 이완 맥그리거와 스칼렛 요한슨이 주연.
◆ D.O.A 미녀 파이터 (MBC 7일 오후 3.25)
신나는 전자오락을 한 게임 한다는 생각으로 보면 딱 좋은 영화. 스토리나 캐릭터의 감정전개 따위는 아예 떠올리지 말고 그냥 볼거리로 즐기면 된다.
싸움과는 어울릴 것 같지 않는 미모와 아름다운 몸매의 소유자인 4명의 미녀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이들은 전 세계 파이터들이 실력을 겨루는 도아 섬 D.O.A(Dead or Aliveㆍ죽느냐 사느냐) 경기에 출전한다.
순수한 무술 대결로 겉포장 된 이 대회는 그러나 끔찍한 음모를 숨기고 있다. 세계적인 모델 출신인 데본 아오키의 눈부신 몸매를 보는 재미가 여러 번 이 영화를 보더라도 손해나지 않는 이유이다.
양홍주 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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