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바마-힐러리, 반뼘차 혈전
5일 22개주에서 예비선거 및 코커스가 치러지는 민주당의 ‘슈퍼 화요일’대회전은 누구도 그 결과를 속단하기 어려운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각 주별로 가장 최근에 실시된 여론조사 결과를 종합해 보면 여성 주자인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뉴욕)이 흑인 대통령을 꿈꾸는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일리노이)을 누를 것으로 예상되는 주가 훨씬 많다.
구체적으로 힐러리 의원은 뉴욕, 뉴저지, 매사추세츠, 미주리, 테네시 등 12개 주에서 선두를 달리는 반면 오바마 의원은 캘리포니아, 일리노이, 조지아, 콜로라도 등 6개주에서 앞서가고 있다.
앨라배마주에서는 두 주자가 나란히 똑같은 지지율을 기록했고 캔자스주 등 나머지 3개주에서는 신뢰할만한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되지 않았다.
이렇듯 전체 판세는 힐러리 의원에게 다소 유리한 것이 사실이나 추격전을 펼치는 오바마 의원이 보여주는 놀라운 상승세는 5,6개 주에서 역전이 가능한 상황을 만들어 놓았다. 오바마 의원의 막판 뒤집기가 성공할 경우, 슈퍼 화요일 종합 전적에서 승자와 패자가 뒤바뀔 수도 있다는 얘기다.
가장 많은 대의원(441명)들의 지지 향배를 결정하게 될 캘리포니아 경선의 경우는 오바마 의원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극적인 반전에 해당한다.
오바마 의원은 지난달까지만 해도 캘리포니아주에서 힐러리 의원에게 12%포인트 이상 뒤져 있었으나 3일 발표된 로이터-조그비 공동 여론조사에서는 45%의 지지율로 41%에 그친 힐러리 의원을 처음으로 앞질렀다. 같은 날 발표된 MSNBC의 여론조사에서는 45%대 35%로 힐러리 의원이 앞섰다.
여론조사에서의 승패가 엇갈리고 있기 때문에 캘리포니아 경선의 실제 결과는 예측불허의 상태이지만 캘리포니아에서 힐러리 의원과의 대등한 대결이 예상될 정도로 오바마 의원의 기세가 충천하고 있음은 부인하기 어렵다.
할당된 대의원 수가 각각 127명, 88명으로 22개 주 가운데 네번째와 일곱번째인 뉴저지와 미주리주도 우선적으로 오바마 의원의 역전이 가능한 지역으로 꼽힌다.
힐러리 의원의 지역구인 뉴욕주에 접해있는 뉴저지주는 지난해말 까지만 해도 힐러리 의원이 거의 배에 가까운 지지율로 오바마 의원을 압도하던 곳이었으나 지금은 43% 대 42%로 1%포인트만을 앞서있을 뿐이다.
힐러리 의원은 미주리주에서 올해 초엔 15%포인트 이상의 큰 차이로 선두를 달렸으나 지금은 그 격차가 역시 1%포인트로 좁혀져 오차범위를 감안하면 사실상 대등해졌다.
이밖에 미네소타, 애리조나, 델라웨어주 등도 오바마 의원의 약진을 눈 여겨 봐야 할 지역들이다. 오바마 의원 우세지역으로 분류돼 있는 콜로라도, 코네티컷, 아이다호 주 등도 실은 힐러리 의원이 앞서던 지역이었으나 오바마 의원이 이미 역전에 성공한 곳들이다.
흑인표의 결집 현상은 더욱 분명해지고 있어 오바마 의원은 유권자 가운데 흑인 등 소수 인종이 압도적인 조지아주에서 확고한 우세를 보이고 있고 앨라배마주에서도 선두를 넘보고 있다.
히스패닉 인구가 상대적으로 많은 뉴멕시코, 애리조나 주 등에서는 힐러리 의원이 앞서고 있으나 히스패닉 사이에서 인기가 높은 케네디가의 오바마 의원 지지가 어떤 영향을 미칠 지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 매케인-롬니, 벌어진 판세
21개 주에서 예비선거 및 코커스(당원대회)가 치러지는 공화당의 '슈퍼 화요일(2월5일)'이 초읽기에 들어간 상태에서 선두 주자 존 매케인 상원의원이 독주 현상이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다.
최근에 실시된 각 주들의 여론조사 결과를 종합하면 매케인 의원은 캘리포니아, 뉴욕, 조지아, 일리노이 등 14개 주에서 우세를 보인 반면 경쟁자인 미트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는 콜로라도, 매사추세츠, 유타주 등 3개주에서만 앞서고 있다.
대의원을 득표율에 따라 배분하는 민주당의 경우, 슈퍼 화요일 대접전에서도 최종 승자가 결정되지 못할 공산이 크다.
그렇지만 많은 주들이 득표율 1위 주자에게 해당 주의 대의원을 몰아주는 '승자 독식'제도를 갖고 있는 공화당에서는 매케인 의원이 슈퍼 화요일에서 대세를 결정지을 가능성은 한층 커져 있는 상태다.
종교적으로 몰몬 교도인 롬니 전 지사의 경우, 자신이 주지사를 지낸 매사추세츠주와 유권자들 가운데 몰몬 교도가 절대 다수인 유타주에서의 승리는 큰 의미가 없고 그나마 의미있는 우세지역은 콜로라도주 한 곳이라고 볼 수도 있다. 이들 3개 주는 모두 대의원 수가 50명 미만으로 큰 위력을 발휘하기 어려운 지역이기도 하다.
콜로라도주는 공화당의 핵심 기반인 전통적 보수층의 지지를 받던 프레드 톰슨 전 상원의원이 선두를 달리던 곳이었으나 톰슨 전 의원이 경선을 중도 포기한 이후 롬니 전 지사가 1위로 올라섰다.
매케인 의원은 공화당 내에서 '자유주의자' '독불장군' 등으로 불리면서 전통적 보수층의 지지에 취약한 면을 보여왔기 때문에 롬니 전 지사는 콜로라도 주에서처럼 전통적 보수층의 지지를 규합하는데 사활을 걸 수밖에 없는 처지다.
그러나 공화당 경선구도가 매케인-롬니 양강 구도로 재편된 뒤에도 전통적 보수층 가운데 기독교 복음주의 세력 등에 강점을 보여 온 마이크 허커비 전 아칸소 주지사가 경선을 포기하지 않고 있는 것은 롬니 전 지사에게 큰 부담일 수밖에 없다.
허커비 전 지사는 아칸소, 미주리주 등에서는 롬니 전 지사뿐만 아니라 매케인 의원에게도 앞서고 있어 '허커비 변수'가 오히려 매케인 의원이 더 주의해야 할 대목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롬니 전 지사가 전통적 보수층에 구애를 하고 있으나 이들 세력이 경선 결과를 좌우해온 콜로라도, 조지아, 앨라배마주 등에서 매케인 의원이 선두로 나선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매케인 의원에게 거부감을 보였던 전통적 보수층이 매케인 의원을 다시 보기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매케인 의원이 이 같은 변화의 효과를 극대화할 경우, 그의 최종 승리는 더욱 가까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롬니 전 지사에게는 대의원 수가 173명으로 가장 많은 캘리포니아주에서 막판 추격전이 성과를 내고 있다는 점이 고무적인 대목이다. 롬니 전 지사가 캘리포니아에서 승리할 것으로 예상하는 여론조사 결과도 나오고 있기 때문에 롬니 전 지사는 끝까지 기대를 가져볼 수 있게 됐다.
매케인 의원은 루돌프 전 뉴욕시장이 경선을 포기하기 전에도 이미 대의원 수가 101명으로 두 번째로 많은 뉴욕주에서 1위에 올라서는 등 일리노이, 테네시, 조지아, 뉴저지 등 대의원 수가 50명 이상인 중대형 주들에서 롬니 전 지사를 크게 따돌려 놓은 상태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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