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부양 논란은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다. 글로벌 경기침체의 진원지인 미국만 금리ㆍ재정정책을 망라한 전방위적 부양기조에 들어섰을 뿐, 유럽 일본 등에선 신중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우선 경기부양에 관한 '글로벌 공조'필요성은 목소리를 더해가는 분위기다. 도미니크 스트로스 칸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지난달 말 다보스 포럼에 참석해 "세계 각국은 금리인하 정책과 더불어 재정확대 정책 등 (경기 부양을 위한) 강력한 조치를 함께 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현재 세계 경제를 볼 때 통화정책에만 의존해서는 해결할 수 없다"면서 "재정지출을 늘리는 등의 방안을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IMF은 최근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반년 전보다 1.1% 포인트나 내린 4.1%로 수정했다. 미국과 일본의 경제성장률도 각각 0.4%포인트, 0.2%포인트 낮춘 1.5%로 예상했으며, 유럽은 0.5% 포인트 내린 1.6%로 전망했다. 세계적인 경기둔화 가능성을 반영한 것이다.
때문에 당장 미국처럼 대대적인 재정 지출을 통한 경기부양은 아니더라도 금리인하를 통한 경기부양 기조에 유럽국가들이 조만간 동참하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프랑스 경제장관은 다보스 포럼에서 장 클로드 트리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에게 "ECB가 물가 안정성을 추구하는 동시에 유럽의 성장을 중시해야 한다"면서 "이제는 성장 관점에서 통화정책을 운용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ECB가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긴축통화정책을 고수하고 있지만, 세계적인 경기둔화 분위기 속에서 성장을 위해서는 금리인하를 단행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라가르드 경제장관은 "현재 유로화는 가치가 너무 높아져 있다"며 금리인하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신영증권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미국의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다음으로 2월 중 영란은행(영국 중앙은행)이 금리인하에 적극적으로 나설 태세"라며 "미국과 마찬가지로 부동산시장발 경기둔화와 금융부실 확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영란은행에 비해 늦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ECB도 올해 상반기 중에는 금리인하를 단행할 것으로 예상했다. 신영증권은 "ECB는 영란은행과는 달리 인플레이션 우려를 내세워 매파적 태도를 고집하고 있지만 스페인, 이탈리아, 아일랜드 등이 상당한 경기 둔화 압력에 직면에 있고 부동산시장에서 불안감이 커지고 있어 ECB도 금리인하에 동참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CB와 영란은행은 오는 7일(현지시간) 기준금리 인하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지난해까지 금리 인상 기조를 유지했던 일본도 올해 들어 금리를 동결하는 등 세계 경제둔화에 촉각을 세우는 모습이다. 일본역시 성장둔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이 이달 중순 열리는 통화정책회의에서 금리인하를 단행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중국은 전 세계적 경기침체 와중에도 유일하게 과열을 걱정하며 금리인상, 위안화절상을 가속화했던 나라. 하지만 최근들어 서브프라임모기지 파도의 상륙위험이 감지되고 수출감소세가 두드러짐에 따라 긴축정책을 수정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대두되고 있다.
이진희 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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