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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책] 영웅숭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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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책] 영웅숭배론

입력
2008.02.04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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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머스 칼라일 / 한길사"셰익스피어는 인도와도 …" 통찰력과 성실성의 영웅들

1881년 2월 5일 영국의 역사가이자 문인인 토머스 칼라일이 86세로 사망했다. 존 스튜어트 밀과 함께 빅토리아 시대의 영국을 대표하는 두 사상가로 꼽히는 칼라일은 수많은 명언ㆍ일화도 남겼지만, 무엇보다 영웅사관의 대표자로 알려져 있다.

원제가 ‘역사에서의 영웅, 영웅숭배 및 영웅정신’인 <영웅숭배론> 은 그가 1840년 런던에서 가진 여섯 차례의 강연내용을 묶어 이듬해 낸 책으로, 20세기초까지 구미의 베스트셀러이자 교양인의 필독서처럼 읽혔다고 한다. 한국에서는 <영웅의 역사> 등 이름으로 출간됐었는데 오히려 옛 번역서 제목이 나은 것 같다. “셰익스피어는 인도와도 바꿀 수 없다”는 칼라일의 유명한 말은 바로 이 책에 나온다.

흔히 영웅 하면 군사적 혹은 정치적 인간을 떠올리지만 칼라일이 이 책에서 다루는 영웅은 다르다. 그는 영웅을 여섯 가지로 분류한다. 신으로 나타난 영웅(북유럽 신화의 주인공 오딘), 예언자로 나타난 영웅(이슬람의 무하마드), 시인으로 나타난 영웅(단테, 셰익스피어), 성직자로 나타난 영웅(루터, 녹스), 문인으로 나타난 영웅(루소, 번즈 등), 제왕으로 나타난 영웅(크롬웰, 나폴레옹)이다.

칼라일이 이들에게서 꼽는 영웅의 자질은 남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세계에 대한 통찰력을 가졌다는 것, 성실성으로 자신의 사명을 수행해나가야 한다는 것 두 가지다. 이들 중에 흔히 영웅으로 불리는 인물은 나폴레옹 정도인데, 그나마 칼라일은 나폴레옹을 야망에 눈이 가려 세계에 대해 끝까지 진실하지 못했던 인물이라고 인색하게 평가하고 있다.

20세기 역사를 어둡게 만들었던 파시즘, 독재의 망령 때문에 지금 영웅이란 말에서는 부정적 뉘앙스가 더 강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리고 칼라일의 영웅론은 그 망령들의 사상적 원천의 하나로 부당한 오해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칼라일이 가질 수밖에 없었던 19세기적 한계를 인정하고 들어간다면, 그의 이 책은 여전히 세계에의 열정을 타오르게 만드는 탁월한 통찰로 읽힌다.

하종오 기자 jo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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