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풍력발전 영공방위 역풍으로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풍력발전 영공방위 역풍으로

입력
2008.02.04 14:52
0 0

영국 정부가 환경보호와 국가안보사이에서 딜레마에 빠졌다.

지난해 풍력발전만으로 가정용 전력수요를 충당하겠다고 발표한 영국 정부의 야심찬 계획이‘국가 안보’라는 복병을 만났기 때문이다.

영국 일간 더 타임스는 영국 국방부가 동부 해안에 건설되고 있는 해상 풍력발전 시설 가운데 최소 4곳에 대해 국가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 된다는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고 4일 보도했다.

영국 국방부는 풍력발전 시설의 터빈이 레이더 전파를 교란시켜 바로 머리 위를 나는 항공기조차 탐지할 수 없을 정도로 무력화된다는 점을 들어 시설 건설에 난색을 표명했다. 또 레이더가 작동 중인 터빈을 비행물체로 오인하기 쉬워 영공을 지키는 레이더망에 구멍이 뚫릴 수 있다는 주장도 폈다.

국방부 측은 “9ㆍ11 테러 이후 저공 침투하는 비행물체 감시의 중요성이 높아졌다”며 동부해안 외에도 북해와 아일랜드해 연안에 추진 중인 풍력발전 시설 건설도 반대하고 나섰다.

어업 종사자들과 선박업계도 해상 풍력발전 시설 구상에 회의적이어서 정부는 더욱 난감한 상황이다.

영국 정부는 친환경 에너지 정책으로 각광 받은 풍력발전 시설이 국방부와 어업 종사자들의 강한 반대에 부닥치자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영국 정부는 지난해 12월 해안 풍력발전 시설을 대폭 확장해 2020년까지 33GW(기가와트) 규모의 전력을 생산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33GW는 영국의 지난해 에너지 소비량을 고려할 때 가정용 전력 수요를 충당할 수 있는 수준이다.

당시 존 허튼 에너지 장관은 “영국이 세계적으로 해안 풍력발전에 투자하기에 최적의 입지를 갖추고 있다”며 “2008년에는 영국이 세계 최대 해안 풍력발전 시설을 갖춘 국가가 될 것”이라고 공언했다.

영국 정부의 구상은 유럽연합(EU)이 앞장서 추진하고 있는 전세계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친환경 에너지 정책의 연장선 상에서 추진되고 있다. 도서 국가란 특징을 살려 해안에 수천개의 터빈을 건설, 202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율을 20%까지 올려야 하는 EU의 에너지 수급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게 영국 정부의 복안이다.

환경 단체들도 국방부가 안보 문제를 과장하고 있다고 반박하면서 영국 정부의 입장을 옹호하고 나섰다. 이들은 안보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레이더 기지를 이전하되 탐색능력이 강화된 광역 레이더 설비를 도입할 것을 주장했다.

하지만 정부 입장에서는 풍력 발전 시설 건설과 레이더 기지 이전을 동시 추진할 경우 엄청난 예산이 필요하기 때문에 대안 마련이 쉽지 않다. 더 타임스는 현재로서는 정부가 환경과 안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기위해서는 이해 당사자간 대화와 정책 조율이 급선무라고 지적했다.

김회경 기자 herme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