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후의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제리 양은 지금 표정관리에 여념이 없다. 마이크로소프트(MS)와 구글의 인수 경쟁이 불붙으면서, 야후의 몸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을 전망. 인터넷시장의 장래는 이제 빌 게이츠(MS회장)도, 에릭 슈미트(구글 회장)도 아닌 제리 양의 손에 달려 있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4일 외신에 따르면 야후는 최초로 인수제의를 한 MS 뿐 아니라, 구글 및 다른 기업들과도 M&A 가능성을 협의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야후 경영진은 이와 관련, MS가 제시한 주당 31달러(총 446억달러)의 인수 가격이 지나치게 낮다고 판단해 수 개월 전부터 구글과 추진했던 사업제휴를 다시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야후과 구글의 협력은 단순 제휴 차원을 넘어 M&A까지도 논의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 온라인판도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이 제리 양과 전화통화를 갖고 MS의 인수를 저지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보도했다.
이로써 제리 양은 한 손은 MS, 다른 한 손은 구글에 내밀며 치솟는 몸값을 즐기게 됐다. 반면 MS와 구글은 야후측의 일거수 일투족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피를 말리는 신경전에 돌입했다. 졸지에 MS의 야후 인수전이 MS와 구글의 한 판 승부로 번진 셈이다.
뿐만 아니라 야후는 미디어, 정보기술, 통신 및 금융회사 등과도 접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제리 양이 MS, 구글 외에 또다른 인수 대상자를 찾아 몸값을 올리려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 금융가에서는 야후의 주당 인수 가격이 MS가 제시한 31달러보다 높은 39~45달러 수준까지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구글과 MS가 야후 인수를 갈망하는 것은 인터넷 시장내 장악력 때문이다. 특히 MS 입장에서 야후는 인터넷의 시작점이나 다름없는 검색 서비스를 확보한다는 차원에서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카드다. 현재 구글은 전세계 검색 시장의 50%를 차지하고 있으나, MS와 야후는 30% 미만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독점, 즉 지나친 시장 장악력이다. 구글이 야후를 인수할 경우 독점 문제를 피해갈 수 없는 상황이다. MS도 야후 인수가 인터넷 접속 소프트웨어인 익스플로러, 운용체제(OS)인 '윈도XP'와 '윈도비스타', MSN라이브 서비스 등과 연계됐을 때 시장에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에 미국과 유럽은 독점 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구글은 이 같은 점에 주목해 MS의 야후 인수에 제동을 걸고 있다. 데이비드 드러먼드 구글 부사장은 3일 블로그를 통해 "MS가 컴퓨터(PC) 시장에서 발휘한 독점적 영향력을 인터넷으로 확대시키려 한다"며 "MS가 야후를 인수하려면 더 이상 사악한 행동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브래드 스미스 MS 대변인은 "구글은 전세계 유료 검색 시장의 75%를 차지하고 있으며 MS와 야후는 합쳐도 30%를 넘지 않는다"며 "야후와 합쳐서 인터넷의 개방성과 개혁, 사생활 보호를 지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제리 양으로서는 인터넷 뿐만 아니라 PC, 소프트웨어, 게임 등 정보기술(IT) 전분야로 영향력을 확대하는 MS와 인터넷 검색 서비스 및 검색 광고의 절대 강자인 구글 모두 버리기 아까운 떡이다.
그러나 구글과 합칠 경우 반독점 문제를 피해갈 수 없어 인수보다는 사업 제휴 선에 그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결국 제리 양의 선택이 향후 인터넷 업계의 판도를 좌우할 전망이다.
최연진 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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