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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좌절된 민노당 '푸른 진보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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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좌절된 민노당 '푸른 진보의 꿈'

입력
2008.02.04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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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동당이 끝내 변화를 거부했다. 대선 참패로 잠시 숨을 죽이는 듯했지만 주류인 자주파(NL)의 힘은 역시 컸다. 3일 열린 임시전당대회에서 민노당은 비상대책위가 마련한 당 혁신안을 부결했다.

오랫동안 당내 논란을 부른 종북주의 노선의 청산과 그 상징적 조치인 '일심회' 사건 관련자 제명 등을 포함한 혁신안이 자주파의 집단 반발로 없었던 일이 돼버렸다.

혁신안에 비대위 신임을 연계했던 심상정 대표는 4일 기자회견을 열어 비대위 총사퇴를 선언했다. 탈당 여부를 분명히 밝히지는 않았지만 이번 일로 "우리가 가려는 혁신의 길, 믿음직한 진보정당의 길은 오히려 더욱 또렷해졌다"는 말에서 결별의 결심이 엿보인다.

더욱이 이런 사태를 예견한 듯 1일 탈당한 조승수 전 의원과 김형탁 전 대변인이 새로운 진보정당 설립을 선언했고, 평등파(PD) 당원들의 탈당이 잇따르는 가운데 노회찬 의원의 탈당도 예고돼 있어 민노당이 2000년 창당 이래 최대 위기를 맞았다.

분당 위기를 부른 비대위 혁신안 부결은 민노당이 안고 있는 근본문제가 무엇인지를 똑똑히 보여준다. '일심회' 사건 관련자 제명을 부결한 자주파의 주장은 한 마디로 국가보안법 위반 행위를 다른 범법 행위와 같이 볼 수 없다는 것이었다.

심 대표는 "유독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에서는 진보운동의 상식과 이성이 마비된다"고 답답함을 표했지만, 우리가 보기에는 과거의 낡은 틀에 자신을 가두고, 변화하는 세상과 소통하지 않으려는 집단적 자폐증이다.

이런 자폐증에서 벗어나지 않고서는 민노당의 앞날은 어둡다. 탈(脫) 이데올로기의 시대조류와 맞지 않는, 아니 애초에 한반도의 정치ㆍ사회 현실과도 동떨어진 낡은 종북주의 잣대를 가지고는 급변하는 국민의 요구에 대응할 수 없다.

심 대표는 '푸른 진보'를 내건 바 있다. 노동과 통일 등 기존의 가치에 환경과 여성, 평화, 인권 등 새로운 가치를 덧붙이고, 이를 국민 생활 속에서 실천해가는 진보정당으로 바꾸어 가자는 뜻이었다. 그 꿈의 무산과 함께 민노당은 식어버린 국민 관심을 부를 마지막 기회마저 놓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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