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한 달째를 맞은 이철휘(55ㆍ사진)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사장이 마이크로 파이낸스(micro finance) 사업진출에 강한 의욕을 보이고 있다. 새 정부는 720만명 저(低)신용자들을 대상으로 신용회복정책을 펼칠 예정인데, 캠코가 필요하다면 ‘은행’을 만들어 지속적인 마이크로 파이낸스 사업을 벌이겠다는 포부다.
이 사장은 3일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저신용자들이 가지고 있는 빚을 모아서 창구를 일원화하고, 빚 상환 기한을 재조정하는 방안만으로는 부족하다”며 “1회성이 아닌 지속적인 마이크로 파이낸스 사업을 정부가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이크로 파이낸스는 신용이 낮고 수입이 적어 제대로 된 금융서비스를 받기 어려운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저이자 대출 등의 업무를 통칭한다. 방글라데시 그라민 은행이 세계적으로 전파한 무담보 소액대출인 마이크로 크레딧(micro credit)과 같은 개념이다.
이 사장은 “이런 사업은 극단적으로는 ‘돈을 떼어도 좋다’는 각오가 필요하기 때문에, 민간이 아닌 정부가 추진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캠코는 부실채권관리기금을 운용해 외환위기 과정에서 몰락한 동아, 대우, 쌍용 등 부실기업을 구조조정하고, 인수합병(M&A)를 성사시켜서 10조원대의 이익을 남겼다. 이 같은 재원과 희망모아 배드뱅크 등을 운용해 쌓은 신용회복프로그램위 노하우를 살려, 마이크로 파이낸스에 적극 뛰어들 준비를 하고 있다.
이 사장은 부실기업들의 구조조정과 매각이 거의 마무리돼, 이제 캠코의 필요성이 줄어든 것 아니냐는 의견에 대해“캠코가 쌓은 기업구조조정 노하우를 이대도 사장시키는 것은 국가적 손실”이라고 반박했다. 오히려 그간의 노하우로 세계 금융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 경쟁력 있는‘특수 투자은행(IB)’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말 이미 중국시장에 진출했으며, 최근에는 미국 금융회사의 부실채권 인수를 위해 미국에 조사단을 파견했다. 세계 금융시장의 불안은 외환위기 이후 부실채권 정리과정에서 노하우를 축적한 캠코에겐 새로운 기회가 되고 있다.
일본 재경관과 아시아개발은행(ADB) 이사를 지낸 이 사장은 “일찌감치 세계 금융시장의 동반 붕괴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본 비관론자”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한편, “금융위기 속에서 캠코가 해외시장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지고 있다”고 의욕을 보였다.
이진희 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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