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준웅 특별검사팀이 삼성 비자금 관련 차명계좌들에 대한 기초 수사를 통해 비자금이 조직적으로 조성ㆍ관리된 윤곽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설 연휴 이후 비자금 조성ㆍ운용에 직접 개입한 주요 ‘피의자’들을 본격 소환할 방침임을 밝혀 관련자 사법처리가 시작될 지 주목된다.
삼성 특검팀 고위 관계자는 3일 “지금까지 소환된 참고인들의 계좌들을 포함해 (수사결과 드러난 삼성 임원 계좌들은) 다 차명계좌로 보는 게 맞다”며 “설이 지나면 구체적인 수사 방향이 잡히고, 피의자들도 나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설 이후 주말부터 (피고발인) 소환이 본격화 하는 등 특검팀이 좀 바빠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특검팀은 지난달 10일 출범 이후 삼성 계열사 전ㆍ현직 임원 170~180명, 삼성 전략기획실(옛 구조조정본부) 전ㆍ현직 임직원 20~30명 명의로 개설된 차명의심계좌 2,100여 개를 분석, 대부분 차명계좌로 잠정 결론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 소환 조사를 받은 임원들은 “내가 사용한 계좌”라고 주장했지만, 삼성전기 김모 전 상무 외에 지난달 31일 소환된 민모(55) 전무가 차명계좌임을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특검팀은 이들 중 비자금 조성ㆍ관리에 적극 가담한 계열사 임원 및 전략기획실 임직원들을 설 이후 소환할 계획이다.
특검팀은 에버랜드 전환사채(CB) 편법발행 사건,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 사건 등 삼성 불법 경영권 승계 의혹과 관련된 고소ㆍ고발 사건의 피고발인 소환 조사도 설 이후 본격화할 예정이다. 이학수 부회장과 김인주 사장은 경영권 승계뿐만 아니라 비자금 의혹으로도 참여연대에 의해 고발돼 있어 특검팀의 소환 시기가 주목된다.
특검팀은 또 삼성화재 CIO(최고정보관리책임자) 김모(51) 전무와 김모 부장, 지난달 25일 삼성화재 압수수색 당시 문서를 빼돌리려 한 또 다른 김모 부장을 증거인멸 혐의로 사법처리 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 중이다. “삼성화재가 고객들에게 미지급한 보험금을 빼돌려 비자금으로 만들었다”는 의혹에 따라 특검팀이 보험금 지급 내역 전산자료 확보에 나섰으나 이 기록들은 삭제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팀은 2일 김 전무를 불러 기록 삭제 지시 여부를 조사했다.
이와 함께 국세청이 삼성 임원 1,000여명의 세금납부 내역 자료 제출을 거부한 것과 관련, 특검팀 고위 관계자는 “특검법에 따르면 자료 제출을 거부할 경우 해당 직원에 대해 징계를 요구할 수 있다”며 강력 대응할 것임을 시사했다.
특검팀은 2일 배종렬(65) 전 삼성물산 사장, 주모(56) 에스원 전무를 소환조사했고, 3일에는 홍송원(55) 서미갤러리 대표를 다시 불러 조사했다.
고주희 기자 orwell@hk.co.kr박관규기자 qoo7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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