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해주는 의류와 가전제품, 가공식품과 채소까지도 중국산으로 넘쳐 난다. 중국인이 연해주를 먹여 살린다는 말이 빈말이 아니다. 목재를 싹쓸이하고 송유관 공사 등 대형 개발사업도 중국자본의 독무대다.
청 말기인 1860년 베이징조약으로 연해주를 러시아에 넘겨줬던 중국은 적어도 경제적으로는 연해주에 대한 영향력을 회복한 셈이다. 뒤늦게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중국의 연해주 경제 잠식에 대해 강력한 대책 마련을 지시했으나 중국인들은 러시아 현지인을 내세워 여전히 연해주 경제를 장악하고 있다.
▦ 북중 무역확대와 중국기업의 북한진출 기세도 무섭다. 통일부 자료에 의하면 지난해 북중 무역액은 북한 전체 대외무역의 56.7%였다. 중국은 지난해 7월 평양에서 단일 국가로는 북한 내 첫 무역전람회인 '중국경공업제품 무역전람회'를 개최했다.
북한주민 참관이 허용된 이 박람회에서는 100여 개 생필품 관련 합영ㆍ합작이 논의됐다. 북한 내에서 유통되고 있는 생필품의 80% 가량이 중국산이다. 평양의 백화점 등 유통, 무산철광 등 지하자원, 철도 도로 항만 보수 등 기반시설에까지 중국 자본이 진출하고 있다.
▦ 최근 방북한 왕자루이(王家瑞)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이 지난달 31일 개성공단을 찾았다. 북한측 외빈의 개성 공단 방문은 전례가 거의 없다. 입주공장 두 곳을 돌아보면서 개성공단의 경쟁력 등에 깊은 관심을 보인 왕 부장은 "중국도 개성공단 발전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1조 5,000억달러의 외환보유액 활용에 부심하고 있는 중국에게 개성공단은 탐나는 투자처일 수 있으며, 그의 방문은 그런 관심의 표현일 수 있다. 개성공단 외국인 투자구역에는 이미 2개의 중국계 기업이 들어와 있기도 하다.
▦ 북측이 왕 부장을 개성공단으로 안내한 배경에는 남측에 대한 메시지가 있을지 모른다. 새 정부가 들어선 후에도 개성공단 사업을 이어가자는 의사 표시이면서 남측과의 관계가 어려워지면 중국에 기대겠다는 일종의 시위일 수 있다. 이명박 정부는 핵 문제의 완전 해결까지는 남북교류와 경협을 조절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중국 쪽으로 뒷문이 열려 있는 한 북한 경제의 중국 의존을 심화시키는 결과만 초래할 수 있다. 통일부를 외교부에 통폐합해 북한을 다른 국가들과 똑 같이 대하기까지 한다는데,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닌 것이다.
이계성 논설위원 wk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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