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도시철도공사 노사가 최근 임금ㆍ단체협약을 극적으로 타결해 파업은 면했으나 향후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 서울시가 산하기관에 대해 추진중인 경영혁신계획이 더욱 힘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현재 도시철도공사 외에도 서울메트로, SH공사, 서울시설공단 등 지방 공기업에 대해 강력한 개혁 드라이브를 예고하고 있다. 서울 지하철 1~4호선을 운영하고 있는 서울메트로의 경우 2010년까지 20.3%의 인력을 감축과 함께, 전국의 도시지하철 중 가장 낮은 76점의 고객만족도를 90점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또 도시철도는 2010년까지 10%, 서울시설공단은 12%의 인력 감축이 계획돼 있고 SH공사와 농수산물공사에는 구조조정과 함께 직원들에 대한 평가와 재교육 등이 실시될 예정이다.
도시철도 노조의 파업 철회와 함께 “칼 자루는 서울시가 잡았다”는 분위기가 곳곳에서 감지된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번 도시철도공사의 경우‘변하지 않으면 공멸한다’는 시대의 요구에 노조가 귀를 기울인 결과로 분석된다”며 “노조가 ‘파업’이라는 구시대적 방법 대신 ‘대화’를 택한 만큼 다른 공사들도 극단적인 방법은 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서울시의 ‘승리’를 속단하기에는 이르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도시철도의 경우 경영혁신 시행의 원칙만 합의됐을 뿐이기 때문이다. 도시철도 한 관계자는 “노조가 차라리 며칠 파업하는 게 협상에 더 쉬울 수가 있다”며 “노사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여기서 이뤄질 협상은 길고 긴 가시밭 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더욱이 노조가 시간 끌기로 나올 경우 사측이 취할 수 있는 방법을 딱히 없는 실정이다. 이 경우 도시철도 음성직 사장이 “회사의 안 대로 밀고 나가겠다”고 밝힌 대목에서도 또 다른 노사의 갈등을 예상할 수 있다.
서울메트로의 경영혁신안 시행도 험난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메트로는 영업연장 ㎞당 운영인력이 76.2명(도시철도 45.5명)으로 전국 도시 지하철 중 가장 많아 대표적인 비효율 조직으로 손꼽히는 지방 공기업이다.
이에 대해 노조의 반발은 거세다. 정연수 메트로 노조위원장은 “수동으로 작동되는 전철 뿐만 아니라 역사 설계 구조상 많은 역사가 굽어 필연적으로 많은 인력이 동원될 수밖에 없는 구조를 띠고 있다”며 사측의 일방적인 구조조정 계획에 맞서고 있다.
정 위원장은 또 “승객이 5~8호선보다 2배 이상 많은 것과 단위 시간당 승객 집중량 등을 비교하면 절대 비효율적인 것이 아니다”고 밝혀 노사간 갈등이 증폭될 전망이다.
하지만 노조의 고민을 보면 시의 경영혁신 계획은 어떻게 해서든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메트로 노조의 관계자는 “그동안 정부와 공공기관에 대해 ‘방만하게 운영해왔다’, ‘효율성이 낮다’는 비판여론이 높았다”며 “이 같은 부정적 시각을 고려하면 파업 등 노조활동에 대해 국민의 여론을 이끌어 내기가 싶지 않은 실정”이라고 말했다.
파업을 철회한 도시철도 노조도 파업의 ‘엔진’노릇을 하던 단체행동권이 파업을 해도 최소 인원을 남겨야 하는 필수유지업무제 시행으로 파업을 밀어붙이기가 쉽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정민승 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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