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27년째를 맞는 한국 프로야구는 중대기로에 섰다.
전문창업투자회사인 센테니얼 인베스트먼트(대표 이장석)가 공중분해 위기에 처한 현대 유니콘스의 구세주로 부상하며 ‘네이밍 스폰서’라는 새로운 수익모델을 제시했다. 제8구단 센테니얼의 등장과 함께 화려하게 전면에 떠오른 주인공은 스타 플레이어 출신의 박노준(46) 신임 단장이다. 한국 프로야구의 새로운 실험을 주도하게 될 박 단장을 3일 오후 서울 목동의 한 커피숍에서 만나 제8구단 운영의 청사진에 대한 얘기를 들어봤다.
-8구단 창단 발표 후 어떻게 지내나.
“아침부터 저녁까지 시간을 쪼개 실무 미팅을 갖느라 정신이 없다. 하루에 전화가 몇 통이 걸려오는지도 알 수 없다. 100통 이상은 받는 것 같다. 하루 빨리 메인 스폰서를 확정한 후 감독 등 코칭스태프 선임 작업도 마쳐야 한다. 팀 명칭과 유니폼도 정해야 하고 현대 선수들 캠프도 하루 빨리 보내야 한다. 또 센테니얼 스포츠단이라는 법인을 설립할 예정이다. 앞으로 이 사업이 잘되면 다른 종목까지 진출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
-메인 스폰서는 언제 정해지나.
“이르면 4일 중으로 확정해 발표할 예정이다. 최근 4개 기업과 협상을 해왔다. 그런데 홍콩에 본사를 둔 외국계 기업이 아주 호조건을 내세워 적극적인 의사를 밝혀왔다. ITㆍ부동산 M&A와 금융쪽을 전문으로 하는 이 기업은 한국 진출을 위한 홍보 수단으로 야구단 메인 스폰서에 큰 매력을 느끼고 있다. 99% 성사 단계다.”
-메인 스폰서 계약의 조건은.
“기간과 금액 모두 가장 좋은 조건이다. 그쪽 실체도 확인을 했다. 8구단을 안정적으로 꾸려 갈 수 있는 기업이다. 우리가 KBO와 협상 과정에서 5년간 구단을 매각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것처럼 메인 스폰서도 돈을 덜 받더라도 장기 계약을 추진하고 있다.”
-새 감독의 선정 기준은 무엇인가.
“우리 팀이 처한 상황과 감독의 철학이 맞아 떨어져야 한다. 구단주와 사장은 내게 최소한 내년까지 8등만 하지 마라고 얘기했다. 그러나 목표를 우승으로 세워야 중간 정도는 할 수 있다. 최소한 팬들을 위한 야구를 하기 위해 스타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펼칠 것이다. 일반 팬들이 돈 내고 와서 야구장에서 흙범벅이 되는 선수들을 보고 대리만족을 느낄 수 있도록 할 것이다.
-감독과 코칭스태프 발표는 언제하나.
“설 연휴 이전에 할 것이다. 어쩌면 메인 스폰서와 함께 발표할 수도 있다. 감독도 연봉 등에서 고통분담에 동참할 것이다. 일각에서는 감독 후보들과 인터뷰를 했다고 했는데 전임 감독 출신을 포함한 야구계 선배들에게 조언을 구했을 뿐이다.(박 단장은 김시진 감독의 유임과 새로운 감독의 선임을 놓고 여전히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야구계에서는 메이저리그식 구단 운영을 지향하는 박 단장과 코드가 가장 잘 맞는 이광환 전 LG 감독이 신생 구단 사령탑으로 이미 내정됐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제8구단 운영에 대한 청사진을 밝혀달라.
“단순히 선수들 연봉을 깎고 구조조정을 해서 흑자를 낼 생각은 없다. 물론 기존 7개 구단과는 다른 운영을 할 것이다. 흑자를 내기 전까지는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 솔직히 단장 연봉도 형편 없는 수준이다. 한국 프로야구에는 거품이 너무 많이 끼었다. 저연봉 선수들은 배려하겠지만 그동안 돈을 많이 벌어온 고액 연봉 선수들은 양보를 해야 한다. 그래야 9,10구단이 창단할 수 있는 길도 열린다. 프로야구가 오래가기 위해선 한번은 거품이 걷혀야 한다. 프로야구는 현재 터닝 포인트를 맞고 있다.”
-무리한 구조조정에 대한 우려의 시선도 많다.
“우리는 현대를 인수한 게 아니라 창단하는 것이다. 고용 승계나 구조조정이라는 말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 가입금 120억원 외에도 팀을 세팅하기 위해서는 초기 투자비용이 만만치 않게 들어간다. 선수단 뿐만 아니라 프런트도 모두 안고 갈 수는 없다. 그러나 경기가 살아나고 흑자운영을 하게 되면 이번에 그만 두는 사람들을 가장 우선적으로 다시 채용할 것이다. 기틀이 잡히면 선수단은 물론이고 프런트들도 제대로 대우를 해줄 것이다. ”
-프런트 퇴직금과 미지급된 신인 선수 계약금은 어떻게 되나.
“그건 우리가 내는 가입금 120억원 내에서 처리하기로 이미 한국야구위원회(KBO)와 얘기가 다 끝났다. KBO 이사회가 결정할 문제다. 센테니얼쪽으로 넘어오는 프런트 직원들도 퇴직금 중간 정산을 받아야 한다. 물론 올해 신인 계약금은 우리가 지불한다.
-선수들과 연봉 협상은.
“제주도에 캠프를 차린 후 본격적으로 할 것이다. 고액 연봉 선수들이 고통분담에 동참하지 않는다면 대국적으로 자유계약선수로 풀어줄 용의가 있다. KBO의 유권해석에 따르면 현대가 해체되기 때문에 기존 FA 선수들은 모두 계약이 해지되는 대신 1년 후에 자격을 다시 얻게 된다.”
-흑자를 낼 자신이 있나.
“약속한다. 믿어달라. 최소한만 잡더라도 메인스폰서가 90억원, 서브 스폰서는 20억원 정도 된다. 고척동 하프돔으로 옮겨가기 전까지 앞으로 2년간 목동구장을 위탁 운영할 계획인데 이미 광고 수주를 20억원 정도 해놓았다. 여기에다 관중을 5,000~6,000명만 잡아도 입장 수입이 20억원은 된다. 또 야구장 내 식당이나 매점 등을 직영하거나 세를 주더라도 10억원은 수익을 낼 수 있다. 이걸 다 합치면 160억원이다. 충분히 흑자운영이 가능하다.
-팀 성적이 올라야 흑자도 낼 수 있는데.
“올시즌과 내년까지는 앞장서서 거품을 걷어내고 팬들에게 어필하는 야구를 할 것이다. 사장이 내년 가을부터 150억원을 준다고 약속했다. 3년째부터 우승을 목표로 성적을 낼 것이다. 성적이 좋지 않으면 누가 투자하겠느냐. 그건 스폰서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앞으로 1,2년간 베스트 나인을 만들겠다. 강팀이 되려면 베스트 나인이 있어야 한다. 과거 해태가 한국시리즈 9번 우승을 할 때도 라인업은 거의 고정돼 있었다.”
-메이저리그식 ‘단장야구’에 대한 우려도 있다.
“그동안 한국 야구는 일본 스타일을 받아들여 감독이 제왕적 스타일로 군림해왔다. 사장이나 단장이 비야구인 출신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선수 기용이나 작전은 감독의 고유 권한이기 때문에 무리하게 침해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트레이드나 팀 구성, 외국인 선수 영입 등 전력보강은 감독과 상의하겠지만 단장이 적극 관여할 것이다. 그렇다고 감독을 바보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
이승택 기자 ls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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