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 돌아왔다. 올해 들어 개장 첫날을 빼고는 연일 팔아 대던 외국인이 한달만에 순매수로 돌아섰다. 일부에서는 외국인의 ‘셀(sell) 코리아’ 행진이 끝나가고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증시 전문가들은 아직 외국인의 본격적인 ‘U턴’을 논하기에는 이르다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3일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일 외국인은 코스피시장에서 801억원을 순매수했다. 한달만이다. 외국인이 지난달 무려 8조5,448억원어치를 순매도하며 증시를 끌어 내린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외국인의 ‘변심’에는 우선 미국 뉴욕증시가 정부의 경기 부양 의지와 금리 인하 효과로 지난 22일(현지시각) 1,197.19로 저점을 찍은 뒤 반등하는 등 투자심리가 안정을 찾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쇼크로 인한 신용 경색을 해결하기 위해 현금 확보에 나섰던 외국인들이 잠시 숨을 고르고 있다는 얘기다.
여기다 우리 증시가 단기 급락하면서 투자 매력이 재부각된 점도 작용했다. 우리 증시의 경우 상장 기업들의 순이익 대비 주가 수준을 나타내는 PER(주가수익비율ㆍ수치가 낮을수록 순이익에 비해 주가가 낮다는 의미)가 10배로 다른 신흥시장에 비해 저평가된 상태다.
순자산 대비 주가 수준을 나타내는 PBR(주가순자산가치ㆍ수치가 낮을수록 순자산에 비해 주가가 낮다는 의미)도 1.3으로 우리 증시보다 낮은 국가를 찾기 힘들 정도다.
하지만 현재로썬 순매수는 고작 하루 뿐이다. 본격적인 순매수 행보라면 3일 정도는 사들여야 한다. 따라서 외국인의 행선지를 가늠하기는 아직 힘들다.
특히 우리 증시에서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31% 정도로 다른 신흥시장(28%)에 비해 높은 편이다. 골드만삭스가 최근 “외국인이 10조원 가량을 더 팔아 비중이 29%까지 낮아질 가능성도 있다”고 진단한 것도 이 때문이다.
심재엽 메리츠증권 투자전략팀장도 “외국인은 돌발 변수가 발생하면 언제든지 팔 태세”라며 “서브프라임 모기지 쇼크가 현재 진행형인 이상 아직 외국인의 순매수를 말하기는 이르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적어도 ‘셀 코리아’는 종착점에 다다랐다는 의견도 있다. 이선엽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외인들의 거래 규모가 줄어들고 있다는 점은 매도세가 끝나가고 있다는 증거”라고 진단했다.
외국인이 ‘바이 코리아’로 돌아서는 키는 기관이 잡고 있다는 주장도 있다. 외국인이 우리 증시가 하락할 것이라는 판단으로 집중적으로 대차거래(주식을 빌려 팔았다가 일정기간 이후에 갚는 제도로 하락장에서 수익을 얻는 구조)를 하고 있는 만큼 기관들이 지수 방어에 나서지 않으면 매도를 진정시키기 힘들다는 얘기다.
실제로 증권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 1월 한달 동안 외국인의 대차 거래액은 11조5,431억원으로 작년 12월(5조8천976억원)보다 95.7% 증가했다. 월간 단위로 1년 동안 가장 큰 규모다. 이선엽 연구원은 “기관들이 순매수에 나서 지수를 끌어 올리면 외국인도 손실을 보지 않기 위해 순매수로 전환할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안형영 기자 truestor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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