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사우스 차이나 모닝포스트의 칼럼니스트 프랭크 칭은 지난달 30일 이명박 정부를 향해 "중국을 잊지 말라"고 주문했다. 이명박 정부가 대미 관계 복원에 나서면서 중국의 중요성을 낮출 개연성에 대한 우려가 짙게 배어 있는 칼럼이었다.
프랭크 칭은 "이 당선인은 항상 미국과 일본을 먼저 언급한 뒤 중국과 러시아도 중요하다는 식으로 덧붙인다"며 "이 당선인이 대중관계를 격상시켰다고 말하지만 그 내용은 빈곤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중국과 관계가 좋던 노무현 대통령도 중국을 배제하려는 듯 2차 남북정상회담에서 평화협정 문제에 대해 '3자 또는 4자 정상회담'개최에 합의했던 사실까지 들추어 냈다.
■ 중국에 커져가는 '중국 홀대론'
잔샤오홍(詹小洪) 중국 사회과학원 경제연구소 연구원도 중국 언론에 "노무현 정부에서 한국 외교의 우선 순위는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였지만 이제는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순으로 바뀌었다"고 밝혔다. 이들 주장에는 공통적으로 한국측이 미국의 목소리에 더욱 귀 기울이면서 중국의 목소리는 상대적으로 소홀히 할 것이라는 걱정이 담겨 있다.
중국 정부가 지난달 14일 처음으로 한국 대통령 당선인에게 특사를 보내 이 당선인의 의중을 확인한 후에도 이런 주장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예사롭지 않다.
당시 이 당선인은 왕이(王毅) 외교부 부부장에게 "한국은 중국을 결코 소홀히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당선인은 다음날 "(왕 부부장은) 한미관계가 너무 튼튼해서 한중관계가 소원해지지 않겠느냐는 걱정을 전달하러 온 것 같았다"고 말했다.
몇몇 칼럼이 중국 정부의 의중을 대변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베이징(北京)의 한국 외교관들은 중국 정부가 이명박 정부와의 관계를 낙관한다고 전한다. 하지만 중국 언론을 통해 감지되는 분위기가 중국 정부의 밑바닥 정서와 무관하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 당선인은 대미관계 복원, 대일관계 개선, 대중관계 격상이라는 외교정책 줄기를 밝혔다. 노무현 정부 시절 후퇴했던 대미, 대일 관계를 끌어올리고, 잘 나간 대중관계는 격상시키겠다는 것이다.
이 맥락에서 한미관계의 발전과 한중관계의 격상은 모순되지 않는다. 이 당선인은 "한미관계를 튼튼히 해야 한중관계가 좋아진다고 했더니 왕 부부장이 이해하는 것 같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 정서까지 살피는 세련된 외교를
노무현 정부 5년간의 한미 관계가 주는 교훈 중 하나는 실제 외교정책과 양국 정서 간 괴리가 뜻하지 않은 결과를 낳는다는 점이다.
노무현 정부는 한미관계를 몇 클릭 조정하면서 미국 조야로부터 "이러다가 한국이 궁극적으로 중국쪽으로 기울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까지 들었다. 노무현 정부가 대미외교를 경시한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는 직업 외교관들의 평가가 맞다면 이는 한미 간 코드와 정서의 문제였다.
외교만큼 상대적인 게임은 없다. 이명박 정부는 외교정책 전반을 조정하면서 불가피하게 정책적, 정서적 공백이 생길 개연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
중국이 이명박 정부 출범에 앞서 "어딘지 모르게 이명박 정부는…"라는 식의 정서를 갖고 있다면 우리의 대중 정책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한미 관계를 복원하는 것 못지않게 한중관계의 미세한 정서적 동향에도 주의를 기울이는 세련된 외교가 필요하다.
이영섭 베이징 특파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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