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교체기라는 미묘한 시점에 연임을 포기한 최문순 MBC 사장 후임 선임 절차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KBS 정연주 사장의 거취도 주목되고 있다.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사장이 교체됐다는 점을 들어 사퇴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정권교체와 상관없이 임기를 지켜야 공영방송의 독립성이 보장된다는 주장이 부딪치고 있다.
이러한 주장은 정치권은 물론이고 언론계 안팎에서도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한나라당은 대선 과정에 있어 KBS의 편향ㆍ편파성을 지적하며 정 사장이 퇴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KBS 내부에서도 경영실패에 대한 책임을 물어 물러나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KBS 부장급 이상 관리직으로 구성된 공정방송노조는 1일 “정연주 사장의 5년 동안 누적적자가 1,500억원에 달한다”며 “무능경영의 대명사이자 경영성적표는 퇴출감”이라며 퇴진을 요구했다.
KBS노조도 정권교체가 사장 교체로 이어지는 것에는 반대 입장을 보이면서도 “정연주 사장으로 인해 초래된 공영방송의 중립성 훼손 시비와 경영 적자에 대해서 정 사장이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KBS내 다른 직능단체의 입장도 대동소이한 실정이다. 한나라당이 수신료 인상에 긍정적인만큼 “수신료 인상과 임기를 빅딜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법적으로는 정 사장이 자진사퇴하지 않으면 임기인 2009년 11월까지 사장직은 그대로 유지된다. 사실상 반 정연주인 이명박 당선인의 집권시기와 정 사장의 임기가 15개월이 넘게 겹친다.
이 때문에 한나라당은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법 개정을 통해서 정 사장을 물러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2004년 박형준 한나라당 의원이 발의한 국가기간방송법은 KBS와 EBS 등을 국가기간방송의 틀로 묶어 국회가 인사 선임과 예산 편성의 권한을 갖도록 하는 내용으로 이 법이 통과되면 현 이사회는 해체되고 경영위원회가 새로 들어서게 된다. 국회의장의 추천을 거쳐 대통령이 임명한 9명의 경영위원회 위원들이 KBS 사장과 부사장을 임명하는 것이다.
하지만 정권교체기와 맞물려 사장이 퇴임하는 데 대해 부정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KBS의 한 관계자는 “정치권에서 사장을 바꾸겠다는 압력이 오히려 정사장의 임기를 보장해 주는 측면도 있다”며 “그런 압력으로 정 사장이 물러났을 경우 차기 사장은 누가 오더라도 낙하산이라고 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국가기간방송사의 사장이 정치권의 압력으로 물러났다는 것은 오히려 정권의 방송 장악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
한편 KBS 안팎의 퇴진 논란이 본격화하면서 벌써부터 차기 사장 후보들이 거론되고 있다. 강동순 방송위원, 김인규 당선인 비서실 언론보좌역, 박찬숙 한나라당 의원, 안국정 SBS 부회장, 이병순 KBS 네트워크 사장, 최시중 전 이명박 후보 선거대책위원회 고문, 한중광 전 한국방송협회 사무총장 등이 자천타천으로 사장 후보로 오르내리고 있다. 이 중 몇몇 인사는 대선 후 한나라당 안에서 순위를 다투고 있다는 후문이다.
이대혁 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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