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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의 미디어 비평] 방송+통신 미디어 환경 정책의 기본은 '공정한 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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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의 미디어 비평] 방송+통신 미디어 환경 정책의 기본은 '공정한 룰'

입력
2008.02.03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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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미디어 정책에 관한 논의가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 논의를 이끌어가는 주체들도 다양하다. 정책의 변화에 따라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관련 사업자 집단, 정책을 입안하는 정부, 미디어 연구를 수행하는 학계, 수용자의 권익을 보호하려는 시민단체에 이르기까지 각자의 목소리를 저마다 내고 있다.

방송과 통신의 융합 환경은 미디어 생태계 자체의 근본적인 변화를 초래하고 있다. 시장경제 중심의 신자유주의 논리가 확산되면서 미디어 기업들은 시장론적 관점에서 탈규제를 요구한다. 수용자의 권익을 보호하는 시민단체들은 공영론적 관점에서 정부의 강력한 규제를 요구한다. 하지만 융합 환경에서 공영론, 시장론의 이분법적 구분은 큰 의미가 없다. 오히려 두 입장 역시 사안에 따라서는 융합이 이루어지기도 한다.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융합 환경에서는 전통적 형태의 법체계보다는 사업 당사자 간의 협상이 우선시되기 때문이다. 국내 미디어 정책의 기본 기조는 사업자들이 공정한 룰에 따라 경쟁을 할 수 있는 견고한 틀을 마련해주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이 때문에 세세한 정책적 개입보다는 오히려 정당성과 합리적 권위에 기반 한 감독기관과 규칙이 필요한 것이다. 그것이 정부가 해야 할 일이다.

사업자들이 공정한 룰에 따라 경쟁할 수 있는 견고한 링을 만들어주어야 한다. 당연히 공정한 룰이 기회의 양적 균형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미디어 생태계에 구성 주체들 모두가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질적 균형을 확보할 수 있는 룰을 마련해야 한다. 경마에는 경주에 참여한 어느 말이든지 승리할 기회를 주기 위해 정하는 부담중량(Scale Weight) 제도가 있어 출전 경주마의 출주의욕을 극대화한다. 미디어 정책도 미디어 산업의 각 주체들 모두의 의욕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공정한 룰이 집행이 된다면 링 안에서 정부가 정책적 개입을 할 필요성은 점점 더 줄어든다. 정부, 학계, 수용자, 미디어 사업자 모두를 만족시키는 공정한 링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각 계의 충분한 의견수렴이 필수적이다. 의견수렴은 융합 환경의 큰 틀에서 각 주체의 입장이 충분히 반영될 수 있는 과정을 통해서 이루어져야 한다.

정치적 접근이 아닌 지난 정부에서 시행되어 온 정책에 대한 냉정한 평가의 토대 위에 새로운 미디어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정책의 목표는 정치권의 정치적 힘을 과시하는 것이 아니라 사업자의 건전한 활동을 보장하고 시청자, 독자 등의 수용자들의 복지를 확충하는 데 있기 때문이다.

실베스터 스탤론 주연의 복싱 영화 ‘록키’ 중 백미는 무명의 스탤론을 스타덤으로 이끈 1편이다. 록키와 아폴로는 사각의 링 위에서 사력을 다한 처절한 승부를 펼친다. 영화 속 링 위에는 철저하게 프로페셔널 한 스포츠맨십으로 무장한 두 선수가 있고, 공정한 심판이 경기를 진행하고 있으며 이들의 격투가 마구잡이 길거리 싸움이 아닌 진정한 스포츠 게임일 수 있도록 하는 튼튼한 링과 규칙이 존재한다.

스포츠의 세계에서는 너무나 당연한 공정한 룰이 미디어 생태계에서도 적용될 수 있기를 바라는 것이 무리한 기대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 공정한 룰이 적절히 적용된다면 미디어는 꿈과 창조성의 공간으로서, 정론과 감시견의 역할로서 그리고 그와 동시에 문화 산업을 이끌어 가는 담당자로서의 기능을 충실히 할 수 있을 것이다.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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