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신일 교육부총리가 1일 법학교육위원회가 내놓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예비 인가 잠정안을 고수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로스쿨 선정을 둘러싼 청와대와 교육부의 갈등이 확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교육부 일각에서는 "김신일 교육부총리는 로스쿨 예비 인사 잠정안 관철을 위해 이미 사퇴까지 각오한 상태"라는 말도 나오고 있어 청와대와 교육부가 접점을 찾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 "잠정안 대로 해달라"
교육부가 전날에 이어 이날도 로스쿨 예비 인가 잠정안 고수 입장을 내세운 이유는 로스쿨 선정에 따른 후유증을 최소하기 위해서다. 법학교육위원회가 심의를 거쳐 마련한 잠정안에 손을 될 경우 대학과 심의를 담당한 법학교육위원회의 반발 등 겉잡을 수 없는 파장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교육부의 로스쿨 실무 담당자는 "법학교육위원회 위원들이 (변경에 대해) 모두 반대하고 있어 우리는 잠정안대로 확정되기를 바랄 뿐이다"며 "잠정안 내용에 변경이 생기면 사태만 더 꼬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교육부는 잠정안 고수 입장이 청와대에 대한 '항명'으로 비쳐지는 것에 대해서는 경계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서명범 교육부 기획홍보관리관은 "청와대와 대결하는 것처럼 보여 너무 부담스럽다"며 "김 부총리 사퇴설도 문제 해결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고 말했다.
교육부의 한 고위 관계자도 "잠정안을 존중해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입장"이라면서도 "우리가 단독으로 결정하기는 어렵고 좀 더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따지고 보면 교육부는 진퇴양난의 상황이다. 잠정안을 수정하면 또 다른 대학들의 거친 반발이 예상된다. 그렇다고 청와대의 의중을 거슬리기에는 태생적으로 힘이 부친다. 이 때문에 결국 교육부가 못 이기는 척 손을 들고 청와대가 원하는 대로 경남 1개 대학에 추가 인가를 해줄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잠정안을 고수하면서 청와대에 대한 항명은 아니라는 교육부의 태도는 결국 명분 쌓기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경남을 꼭 집어서 이야기 한 청와대가 입장을 철회하겠느냐"며 "지금 교육부는 잠정안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 모습을 보여주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잠정안을 전격 공개하고 최종 발표를 4일로 연기한 것도 추가 인가에 따른 혼란의 책임을 청와대로 떠넘기기 위한 조치라는 것이다.
추가 인가 내주면 혼란 불가피
교육부가 마지못해 청와대 안을 받아들일 경우 로스쿨 잠정안의 대학별 정원 재조정은 불가피하다. 교육부 관계자는 "추가된 1개 대학에 정원을 배분하려면 전체 판을 흔들 수 밖에 없다"면서도 "만약의 경우에 대비해 여러 가지 고육책을 고민 중이다"고 말했다.
정원 재조정이 있을 경우 부산권의 부산대(120명), 동아대(80명)의 정원을 축소해 생긴 인원을 경남의 경상대와 영산대 중 1곳에 배정하는 안이 유력하다. 로스쿨 예비 인가와 정원 배분 경쟁이 서울권 부산권 대구권 광주권 대전권 등 5개 권역으로 나뉘어 이뤄진 점을 감안할 때, 이 안은 정원 배분의 전면 재조정에 따른 충격을 최소화 할 수 있다.
그러나 지방을 대표하는 부산대가 같은 국립대인 경북대와 전남대(이상 120명)보다 적은 정원을 배분 받게 돼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반발이 예상된다.
국립대인 경상대가 추가 인가를 받을 경우 경북대 부산대 전남대 전북대 충남대 충북대 등 6개 지방 국립대의 정원을 줄이는 방법도 고려될 수 있다.
정원 조정에 따른 국립대의 반발이 상대적으로 약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한 안이다. 전체 정원의 전면 재조정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로스쿨 정원을 원점에서 논의 해야 하는 물리적 부담이 커 실현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청와대가 물러서서 교육부 안을 수용하는 경우도 점쳐진다. 잠정안 변경에 따른 대학들의 반발을 청와대가 한꺼번에 떠안아야 하는 부담이 만만치 않은 현실을 마냥 무시할 순 없기 때문이다. '청와대가 경남을 배려하려 적극 노력했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으로 이미 정치적 목적을 달성했다는 분석이 이 같은 예상을 뒷받침해준다.
청와대와 교육부가 접점을 찾지 못한 채 사태가 장기화 하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 이럴 경우 25일 출범하는 새 정부에서 재논의가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라제기 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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