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 발표' 연기냐 강행이냐

교육인적자원부가 꼬일대로 꼬인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예비인가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경남 지역 추가 선정'을 요구한 청와대에 추후 협의 가능 카드를 제시한 것으로 3일 알려졌다.

그러나 청와대는 이 방안의 내용이 구체적이지 않은데다 사실상 법학교육위원회 심의결과를 그대로 수용하겠다는 의도로 보고 일단 거부 입장을 밝혔다. 이로써 4일 예정된 교육부의 예비인가 최종 발표 성사 여부가 주목된다.

● 교육부의 어정쩡한 봉합

교육부 입장에서'추후 협의'방안은 일종의 고육책이다. 교육부는 청와대와의 이견이 노출된 지난달 31일 이후 법학교육위 예비인가 잠정안을 고수할 방침임을 거듭 밝혀 왔다. 김신일 교육부총리도 1일 "(법학교육위) 원안대로 가야 한다는 것이 교육부의 생각"이라며 "로스쿨 추가 선정 계획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나 교육부의 이런 방침은 '지역 안배'에 대해 강경한 입장인 청와대에 의해 허물어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학들의 반발이나 입장 선회에 대한 비판 여론을 고려, 법학교육위의 잠정안은 존중하되 총정원 확대나 추가 선정 등의 '조건'를 단 것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청와대와의 대립은 심의기구가 내린 결론을 어떻게 봐야 하느냐는 해석의 문제이기 때문에 정치적 해결책을 모색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강행', '연기'고민

교육부는 4일 예정대로 예비인가 확정안을 발표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양측의 견해차가 확연한 상황에서 최종안에 담길 협의 내용의 수위를 놓고 원만한 합의점이 도출될 것이라고 보는 시각은 많지 않다. 청와대는 이날 "로스쿨 문제는 좀 더 시간을 갖고 해법을 고민해야 한다"며 최종 발표 연기 가능성을 시사해 이런 분석을 뒷받침 했다.

일각에서는 지역균형 원칙을 관철시키겠다는 청와대의 노림수가 담긴 것이란 해석도 있다. 설 연휴 기간 동안 지역 사회에 로스쿨 문제가 부각되면 청와대로 여론의 중심추가 기울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한양대 법대 관계자는 "청와대가 원래 3월로 예정된 예비인가 결과 발표를 한 달 가량 앞당긴 사실만 봐도 지역균형에 대한 현 정부의 집착을 엿볼 수 있다"며 "설령 경남 지역에 로스쿨이 추가로 배정되지 않더라도 청와대가 경남을 위해 애쓴다는 의지를 보여주려는 속셈"이라고 말했다.

● 로스쿨 로드맵 파행 우려

결론이 어떤 식으로 나든 법학교육위 잠정안에 손질이 가해진다면 내년 3월 개원 예정인 로스쿨 로드맵은 파행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개원까지 촉박한 일정 때문이다. 당장 3월에 대학별 입학전형 공고를 내고 8월에는 법학적성시험(LEET) 시행, 11월까지는 신입생을 뽑아야 한다.

관건은 추가 선정 논의 시점이다. 교육부의 예비인가 확정안에 추가 선정 절차 및 시기를 2009년 개원 이후로 못박지 않는다면, 로스쿨 출범 전에 예비인가 심의를 다시 하라는 대학들의 요구가 빗발칠 게 뻔하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청와대와 교육부가 의견 조율에 실패해 예비인가 선정 자체가 차기 정부로 넘어가는 경우다. 만에 하나 새 정부가 총정원 재검토에 착수하기라도 한다면 로스쿨의 판을 원점부터 새로 짜야 한다.

문제는 로스쿨 총정원은 법 조항에 명시된 것이 아니라 교육부 장관이 법무부 장관, 법원 행정처장과의 협의를 거쳐 정하도록 돼 있다는 점이다. 정부조직 개편은 물론 각료 인선도 확정하지 않은 차기 정부가 총정원 문제에 손을 댈 경우 로스쿨 2009년 개원은 사실상 물 건너 갈 수밖에 없다.

대학들도 내심 이 점을 노리고 있다. 한국법학교수회는 이날 긴급 비상총회를 열고 "예비인가 발표 시점을 새 정부 출범 뒤인 3월 이후로 연기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예비인가 잠정안에 반발해 줄 소송을 예고하고 있는 대학들의 움직임도 변수다. 조선대는 2일 서울행정법원에 예비인가 심사자료에 대한 증거보전 신청서를 제출했으며, 다른 대학들도 법학교육위의 잠정안이 최종안으로 확정될 경우를 대비해 예비인가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과 함께 교육부를 상대로 예비인가 거부처분 취소 소송을 낼 계획이다.

만약 법원이 가처분을 받아들여 본안 소송으로 이어진다면 로스쿨 추진이 1년 이상 전면 중단되는 사태를 맞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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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삭 기자 hiro@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