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프 일리 지음ㆍ유강은 옮김뿌리와 이파리 발행ㆍ1,028쪽ㆍ5만원
공산권의 몰락으로 좌파는 역사의 전면에서 사라졌는가, 지금 숨 고르기를 하고 있는가. 좌파는 미완의 혁명인가, 대중은 기억상실증에 걸려 있을 뿐인가. 1848년 이래 지구는 좌파의 꿈에 격렬하게 혹은 완만하게 진동해 왔다.
2002년 나온 이 책은 소련 붕괴 후 출간된 좌파 역사서를 대표한다. 좌파에 대한 낭만을 완전히 말소, 1,000여쪽을 채워나간 객관적 서술은 책의 미덕이다.
4부로 구성된 책은 1848년 혁명이 패배한 직후부터 1차대전까지, 공산주의적 사회에 대한 풀뿌리의 격렬한 요구와 대안적 공산주의의 태동, 의회 민주주의와 복지국가 등 자본주의적 대응, 1968년 혁명 이후의 신사회운동 등의 주제로 좌파의 궤적을 추적한다.
90년대에 태동한 신자유주의는 좌파에 대한 일대 도전이자 기회라고 책은 말한다. ‘새로운 중도’니 ‘제3의 길’ 등 대안적 개념들을 공허하고 불명확하다며 비판하는 책은 좌파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요청한다.
좌파란 민주주의라는 커다란 사회ㆍ경제ㆍ문화적 틀로 받아 들여져야 하며, 21세기는 사회주의의 와해로 빚어진 무력감을 극복하는 데 의미가 있다는 입장이다. 여성해방, 동성애의 정치학 등도 좌파의 새로운 전망으로 서술된다.
카스트로, 문화혁명, 베트남전에서 미국의 열세, 프랑스의 대대적 학생운동 등으로 상징되는 68년을 사로잡았던 구호들은 좌파의 꿈을 대변한다.
“모든 권력을 상상력에게”, “저들의 악몽이 우리의 꿈이다”, “혁명은 역사의 황홀경이다”…. 지구는 저 같은 유혹에서 영원히 자유롭지 못할 것임을 책은 보여준다. 저자는 미시간대 석좌 교수.
장병욱 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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