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문학자의 철학 가로지르기… 푸코를 소통하다
하지 않아도 좋을 철학 공부를 두고 그는 “동시대인에 대한 관심”이라 했다. 소설을 꼭 쓰겠다는 결심, 기자 경험 덕에 그는 전공이라는 우물을 벗어날 수 있었다. 소통과 가로지르기로서의 인문학이라는 시대적 요청에 그는 자기만의 방식으로 열심히 응답해 왔다.
박정자 상명대 불어교육과 교수는 ‘성은 억압되었는가’, ‘지식인이란 무엇인가’, ‘현대 세계의 일상성’, ‘로빈슨 크루소의 사치’ 등 세계를 보는 독특한 철학 서적의 저자로 더 잘 알려져 있다. 그가 전공과 무관한 책으로 또 사람들을 헷갈리게 한다. 아니나다를까, 근간 ‘시선은 권력이다’는 푸코 철학 연구의 종합판이다(기파랑 펴냄).
1979년 국내 처음으로 미셰 푸코의 <성의 역사> 를 번역, 푸코 읽기 열풍을 선도했던 박 교수는 이번에 누가 누군가를 본다는 극히 일상적인 문제의 본질을 종합하고 있다. “권력은 소유물이 아니라 전략이며,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라는 것을 밝혀냄으로써 20세기 후반 최고의 철학자 반열에 든(146쪽)” 푸코를 독특하게 정리했다. 성의>
푸코의 철학적 경고를 되새기자는 것이다. “삭막하고 비인간적인 사회지만, 디지털 이전의 사회로 돌아갈 수는 없잖아요. 비인간화에 대한 문제를 인식해야 할 시민단체마저 권력이라는 도그마에 빠진다는 푸코의 통찰이 새삼스러워지는 때예요.”
그는 최근의 한국을 이렇게 읽는다. “삼성이 미술품들을 비자금으로 구입했다는 게 가장 큰 잘못이죠. 그러나 예술은 예술이고, 문화는 문화예요. 그런 역사적 작품들이 한국에 있다는 건 유의미한 일이니까요.”. 언론의 말초적 선정주의가 도드라졌던 신정아 사건과 함께, 그는 “재벌, 언론에 대한 규제를 가능케 하는 제도의 문제로 귀결된다”고 의미를 짚었다.
일반과 관심을 공유하고, 그들의 언어로 소통할 수 있다는 사실은 불문학자로서는 예외적 능력이다. 지난해 나눔아카데미의 요청으로 이뤄진 특강 등 그는 커뮤니케이션의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8월이면 정년이다. “강의, 책쓰기, 특강 준비에서 벗어나 소설도 많이 읽고, 다양한 문화 생활도 접할 기회가 온 거죠.” 그는 “소비의 문제와 직결된 가상 현실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다”며 향후 공부거리의 일단을 내비쳤다.
상명대 불어교육과 홈페이지에 있는 그의 도메인은 프랑스 철학 관련 우수 홈페이지로 선정되기도 했다. 자신의 철학적 입장을 조목조목 정리한 사이트(www.cjpark.pe.kr)도 운영중이다.
장병욱 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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