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해지는 한나라당 갈등 사태를 대하는 이명박 당선인 측 기류는 강온 양쪽으로 갈리고 있다. 때문에 관건은 역시 이 당선인의 뜻이다. 이 당선인은 ‘솔로몬의 해법’을 찾기 위해 고심 중이나 현재로선 온건론 쪽에 힘을 실어 주는 분위기다.
강재섭 대표의 이방호 사무총장 사퇴 요구에 대해 친이(親李) 의원들의 반응은 강경론이 우세해 보인다. 이 총장이 사퇴할 이유가 없을 뿐더러 오히려 강 대표가 그만둬야 한다는 격앙된 얘기까지 나온다. 1일 오전 친이 의원들 일부가 모인 자리에서도 강경 목소리가 컸다. “강 대표가 계파 갈등을 부추긴다. 자기 몫 챙기려는 것 아니냐” “명분은 우리 쪽이 있다. 이 사무총장이 물러날 하등의 이유가 없다”는 등의 주장이다. 이 사무총장이 이날 “사퇴하지 않겠다”고 단호하게 밝힌 것도 이런 분위기를 반영한다. 이재오 의원과 이 총장, 그리고 일부 소장파 의원들이 이런 강경론쪽에 서 있다. 기실 친이 의원들의 공천 대리인격인 이 총장이 물러나기도 쉽지 않은 것 같다.
그러나 해법은 온건론 쪽에서 찾는 분위기다. 이 당선인 형인 이상득 국회부의장 등 원로그룹과 당선인 비서실의 기류는 명확히 온건론이다. 비서실 핵심 관계자는 “이번 사태는 누가 일방적으로 옳은 것도, 틀린 것도 아니다”며 “누구도 자리에서 물러나지 않는 쪽으로 사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로가 상처 받지 않는 범위 내에서 해결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내놓았다. 비서실 관계자들은 이날 아침 2시간여의 회의를 진행한 끝에 이 같은 결론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의장 측 관계자 역시 “서로 한걸음씩 물러나야 할 것”이라며 “정치란 본디 윈ㆍ윈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국정운영을 생각한다면 당내 권력 투쟁이 먼저가 아니라 화합이 먼저라는 인식이다.
이날 이 당선인측 원로그룹들이 중심이 돼 중재안을 마련한 것도 이런 차원이다. 문제가 된 공천규정 3조2항을 해석할 때 벌금형은 적용치 않고 금고 이상의 형만 적용하는 방안이다. 이렇게 되면 김무성 최고위원의 공천 신청은 가능하다. 이런 식으로 이 총장이 한걸음 물러서면 강 대표도 한걸음 물러날 수 있다는 얘기다. 이 당선인은 이날 “대화를 많이 해 원만히 잘 풀어 갔으면 좋겠다”고 원론적 언급을 했다. ‘원만한 해결’에 방점이 찍힌 것으로 들린다.
한편 이 당선인은 이날 임태희 비서실장을 통해 56세 생일을 하루 앞둔 박 전 대표에게 축하난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져 최근 사태에 대한 교감이 이뤄졌는지 주목된다.
정녹용 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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