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열린 민주노동당 임시 당대회는 9년째를 맞는 민노당의 운명을 좌우할 역사적 분수령이었다. 대선 참패를 불러온 자주파(NL)의 폐악을 일소하는 계기로 기대가 됐지만 ‘일심회’ 처리가 발목을 잡았다.
당 대회 시작 전부터 일심회는 뜨거운 감자였다. 민노당 내에서는 대선 참패 이후 그동안 당을 장악했던 자주파의 과오를 반성하고 사회적 약자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진보정당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지난달 12일 자주파 대신 비상대책위를 맡은 평등파(PD) 심상정 의원은 당의 친북 이미지를 해소하기 위해 일심회 사건에 연루됐던 최기영 전 사무부총장, 이정훈 전 중앙위원 등 당원 2명을 제명하는 혁신안을 마련했다.
심 대표는 일심회 관계자 제명 등 당 혁신안을 자신의 신임까지 연계시키며 강하게 치고 나왔고, 자주파는 이에 반발하며 대회 전부터 전운이 감돌았다.
오후 2시 서울 센트럴시티에서 시작된 당대회 초반 치열한 논전이 전개됐다. 자주파는 초반부터 표결을 통해 ‘17대 대선 결과는 참패’라는 비대위 평가를 부정했고, 대선 패배 원인에 대해 “몇몇 편향적 친북 행위에 대해 적극적 조치를 취하지 않음으로써 부정적 의미의 친북 정당의 이미지가 형성되는 빌미가 됐다”고 평가한 혁신안 내용도 표결로 삭제시켰다.
또 비대위측이 일심회건 2명에 대한 제명 필요성을 설명하자 자주파 대의원 10여명이 나서 “처벌 받은 사람들이 사실이 아니라고 하는데 동지들을 믿어야지 국가보안법 판결을 믿느냐”고 비판했다. 이에 평등파 대의원들은 “국보법이 괜찮다는 말이 아니라 이번 기회에 당이 다시 태어나야 한다는 의미”라며 반발했다.
결국 9시간의 논의 끝에 혁신안 원안에서 일심회 제명 건을 삭제하는 수정 동의안이 오후 11시께 통과됐다. 애초부터 당 대의원 가운데 6대4 정도로 자주파가 많아 이들의 양보 없이 원안 통과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일심회 제명 안건이 부결되자 평등파 대의원들은 “오늘 대회는 주사파의 종북주의를 확인한 대회”라며 회의장을 떴고 심 대표도 조용히 퇴장했다.
이후 북한 핵개발을 옹호한 민노당 자주파 간부의 발언에 대한 비판을 담은 혁신안 처리가 논의됐지만 평등파의 이탈로 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오후 11시40분 당대회는 자동적으로 산회됐다. 민노당이 분당 수순으로 접어드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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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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