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ㆍ9 총선 후보자 공천 문제가 끝내 한나라당을 심각한 내부 분란으로 몰아가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과 박근혜 전 대표 진영 사이의 기본적 갈등 구도에서 독자적 조정ㆍ완충 역할에 충실했던 강재섭 대표가 본격적으로 싸움판에 뛰어들었고, 이방호 사무총장과 인명진 윤리위원장이 정면 반격에 나섰다.
이들 세 사람의 직접적 거취 문제가 깊숙이 얽혔다는 점에서 해결책 마련이 결코 쉬워 보이지 않는다. 당 지도부의 정면충돌 양상은 애초에 논란의 핵심이었던 김무성 최고위원의 공천신청 처리 문제를 기술적 문제로 비치게 할 정도다.
강 대표는 1일 새벽 긴급기자회견을 통해 이 총장의 퇴진을 촉구했다. 이 총장은 즉각 반박했고, 인 위원장도 '원칙'이 지켜지지 않으면 자신도 물러나겠다는 뜻을 비치며 이 총장을 편들고 나섰다.
세 사람의 주장은 저마다 일리가 있다. 이 당선인과 박 전 대표의 '공감'을 존중, 김 최고위원 문제를 원만히 해결하자는 묵시적 합의가 깨졌다는 강 대표의 인식이나, 당규의 명문규정을 피해갈 수도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는 이 총장과 인 위원장의 주장에서 몰상식을 찾아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정말 원칙 논쟁만으로 이토록 지독한 내분을 빚고 있는 것일까. 강 대표는 더 이상 지도력 잠식을 허용하다가는 자신의 정치적 위상이 흔들릴 뿐만 아니라 독자계보 운영구상에도 악영향이 미칠 것임을 걱정하진 않았는가.
또 이 총장과 인 위원장은 원칙이 흔들리면 그 동안의 정치적 자리매김도 물거품이 되리라는 우려와 함께 이 기회에 눈엣가시를 뽑아 버리자는 의욕까지 치민 것은 아닌가.
의식의 바닥에 이런 정치적 이해타산의 티끌이 남아 있다면 쉽사리 타협점을 찾을 수 없다. 문제의 '공직후보자 추천 규정' 3조 2항이 지난해 대선후보 경선 직후 이재오 당시 최고위원 주도로 마련된 '표적 조항'이라는 김 최고위원의 주장도 검증할 필요가 있다.
각자가 눈앞의 이해에 얽매이지 않고, 길고 크게 볼 수 있는 자세를 갖는 게 중요한데 현재로서는 혼란에서 벗어나 있는 이 당선인에게나 기대해 볼 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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