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파업향해 달리던 지하철5~8호선… 필수유지 업무제도가 '브레이크'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파업향해 달리던 지하철5~8호선… 필수유지 업무제도가 '브레이크'

입력
2008.02.01 14:52
0 0

서울지하철 5~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도시철도공사 노사가 밤샘 마라톤 협상 끝에 1일 오전 극적으로 임금단체협상에 합의했다. 이에 따라 이날 오전 4시로 예정됐던 파업 계획은 철회됐고, 지하철도 정상 운행됐다.

양보없이 마주보고 달리던 도시철도공사 노사의 정면 충돌을 막은 일등공신은 올해부터 적용된 ‘필수유지업무제도’다.

지난해 개정된 노동관계법에 따르면, 철도 항공 전기 가스 병원 등 공공의 생명과 안전에 중대한 영향을 끼치는 필수공익사업장의 노조가 파업을 할 때는 반드시 최소한의 업무를 유지해야 한다. 필수업무를 유지해야 하는 조합원이 파업에 참가하면 징역 3년 이하 또는 벌금 3,000만원 이하에 처해진다.

필수유지업무제도가 적용되면 노조의 최대 무기인 단체행동권에 제약이 따르고, 파업의 위력은 크게 약해질 수밖에 없다. 시민의 공익과 노조의 파업권 사이에서 공익을 우선시한 제도인 셈이다.

서울도시철도공사 노조 파업 철회는 필수유지업무제도가 처음 적용돼 그 위력을 확인한 첫 사례가 됐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지난달 31일 도시철도공사 노조에 대해 “파업에 들어갈 경우 평일(월~토)에는 현 운행 수준의 79.8%를, 출근시간대(오전 7~9시)에는 100%를 유지하라”는 조정안을 제시했다.

시민의 불편을 볼모로 사측을 압박하려던 노조의 파업 전략을 사실상 무력화 한 것이다. 노조 측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격한 반응을 보였지만, 이 때부터 노조의 파업 동력은 급격히 떨어졌다는 관측이다. 노조 관계자는 노사협상 타결 후 “필수인원이 많이 책정된 것이 (파업 강행에) 부담이 됐다”고 털어놓았다.

필수유지업무제도가 노조의 불법 파업을 막는데 일조한 것은 사실이지만 노사간 갈등을 잠재웠다고 보기는 어렵다. 도시철도 노사는 합의문에서 이번 협상에서 최대 쟁점이었던 인력 구조조정과 조직개편 문제는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협의 후 시행키로 했다. 파업이라는 급한 불은 꺼졌지만 쟁점의 논의가 연기된 것에 불과하다는 의미다.

필수유지업무제도의 시행으로 “일단 파업부터 하고 보자”는 식의 구태 노동운동은 더 이상 발붙이지 못할 전망이다. 특히 철도 가스 항공 등 대부분의 필수공익사업장을 회원으로 둔 민주노총은 타격이 불가피하다. 민주노총은 공기업 민영화 반대 등을 주장하며 6, 7월 대규모 투쟁을 준비하고 있다.

‘전기 가스를 끊고 비행기 기차를 멈춰 세워 세상을 바꾸자’는 슬로건에서 알 수 있듯, 대규모 투쟁의 선봉은 필수공익사업장 노조들이 맡을 예정이다. 그러나 필수유지업무제도가 적용되면 이들 사업장의 파업은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필수유지업무제도를 무시하고 파업에 들어가면 불법 파업에 대한 비난 여론과 법과 원칙을 강조하는 새 정부의 방침에 따라 엄청난 역풍에 시달릴 수 있다.

김태기 단국대 교수는 “필수유지업무제도의 시행은 노동계의 파업 관행에 상당한 변화를 몰고 올 것”이라며 “노조도 이제 투쟁 위주에서 대화와 타협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일환기자 kevin@hk.co.kr정민승기자 msj@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