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도가 좋은 주택담보 대출신청자를 프라임 고객이라 부른다. 프라임(prime)의 의미는 쇠고기 등급이나 스테이크 하우스 메뉴의 프라임 립을 생각하면 된다. 서브(sub) 프라임 고객이라는 의미는 소득이 불안정하거나 아예 없어서 신용도가 낮고 예전에는 주택담보 대출을 받을 수 없었던 사람을 의미한다.
지난 10년간 미국정부가 돈을 풀어서 인위적으로 낮은 이자율을 유지하자 주택가격이 두 배 이상 올랐고 집을 살 수 있었던 프라임 고객만 부동산으로 돈을 벌게 되었다.
그런 빈익빈 부익부 현상에 반발하는 저소득층과 돈이 넘쳐 나는 대부업체의 이해가 맞아 떨어져서 얼마 전부터 서브 프라임 고객들도 돈을 빌릴 수 있게 되었는데 전체 주택담보 대출의 20% 정도가 서브 프라임 고객이었다. 참고로 한국계는 백인과 비슷하게 대부분이 프라임 고객이다.
하지만 상환방식 자체에 심각한 문제점이 있었다. 프라임 고객은 예를 들면 연 이자율 6%로 처음부터 원리금을 상환하는 데 반해 서브 프라임 고객은 처음 2년은 4% 정도의 터무니없이 낮은 이자율로, 그것도 이자만 갚다가 그 이후에는 프라임 고객보다 훨씬 더 높은 이자율로 20년 이상 장기간 원리금을 상환하는 방식으로 돈을 빌렸다.
그야말로 고사성어에 나오는 조삼모사(朝三暮四)의 결정판인데, 간단한 수학적 계산을 해보면 프라임 고객보다 두 배 가깝게 더 많은 이자를 내는 것이다. 한데 신용이 낮아서 정상적인 대출도 받을 수 없었던 사람들이 2년 뒤부터 무슨 재주로 높은 이자와 원금을 갚을 수 있겠는가.
높은 이자율로 바꿔서 원리금을 상환해야 하는 서브 프라임 대출금은 올 한 해에만 대략 5,000억 달러고, 현재의 연체율 20%를 감안하면 올해 대출기관에는 대략 1,000억 달러의 추가손실이 발생할 것이다. 다행인 것은 지금은 서브 프라임 대출을 해주지 않고 있으며 문제가 되는 대출금 규모는 봄까지 증가한 후 내년 말까지 조금씩 줄어든다고 한다.
하지만 서브 프라임 문제가 해결되는 과정에서 대부분이 흑인이거나 히스패닉인 저소득층 200만 가구 정도가 집을 뺏기게 되고, 정부가 이자율을 아무리 낮춰도 그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돈을 마구 찍어내서 노름판을 만든 이들은 무대에서 이미 떠나갔고 저소득층에게는 '도덕적 해이(모랄 해저드)'라는 비난만 남아 있기 때문이다. 미국 대통령선거에 나선 정치인 아무도 그 문제를 해결하려 하지 않는다고 흑인 지도자 잭슨 목사 혼자만 외치고 있을 뿐이다.
그런 서브 프라임 사태가 세계 각국으로 퍼진 이유는 이렇다. 비우량 고객에게 목돈을 빌려주고 2년간 낮은 이자율로 이자만 받으며 기다릴 대부업체는 없다. 3년째부터는 매우 높은 이자와 원금이 같이 돌아올 것이니까(정말로?) 그 채권들을 다른 금융기관에 팔아넘긴 것이다.
물론 사가는 사람이 바보가 아니니까 대부업체는 제3의 기관 즉 채권이행을 보증해 주는 채권보험회사에도 가입해서 채권과 보험을 같이 팔아넘긴다. 그것을 사간 금융기관도 당연히 재빠르게 폭탄돌리기를 하게 마련이다.
그 모든 것이 첨단 금융기법이라고 포장되었지만 그건 거짓말이고 이런 복잡한 분야에는 아직 이론조차 제대로 정립되지 않았다. 혹시 채권보험회사의 신용등급마저 하락하면 세계적 금융재앙이 시작된다.
한상근 KAIST 수리과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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