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이모(38)씨는 2003년 12월 은행에서 연 5% 금리로 만기 7년의 장기주택마련저축에 가입했다. 3년마다 금리가 바뀌는 탓에 2006년12월부터는 연 3.95%가 적용됐다.
지난해 적금과 예금 금리가 각각 6%, 7%를 넘어섰지만 남 얘기였다. 새로운 이율을 받으려면 속절없이 3년을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그는 "월급통장도 5% 이자를 주는 마당에 서민들 주택마련을 위한 상품의 이자가 터무니없이 낮다"며 "벌써 3,000만원이나 쌓였는데 비과세 소득공제를 합쳐도 정기예금 금리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불평했다.
#정승례씨는 얼마 전 금융감독원 홈페이지에 "주택담보 대출은 이자가 7%까지 올라가는데 장기주택마련저축을 보면 4.65%정도 밖에 안 한다"며 "(대출에 비해) 너무 저금리라 집 마련하려면 답이 없다"고 썼다.
인터넷에도 비슷한 사례가 많다. 한 네티즌은 "만기로 장기주택마련저축 2,680만원을 채운 이자가 고작 300만원"이라며 "7년 동안 다른데 투자했어도 이 정도는 아닐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소득공제, 비과세 혜택, 고금리 3대 축을 바탕으로 대표적인 재테크 상품으로 불리는 장기주택마련저축(별칭 '장마')이 실은 은행들의 얄팍한 돈벌이 수단이라는 지적이 많다.
해약하면 그 동안 받은 소득공제 혜택 등을 토해내야 하는 등 중도해지에 따른 불이익이 너무나 큰 '7년의 족쇄'를 악용, 은행이 다른 상품에 비해 금리를 낮게 책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장마가 이자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는 사실은 다른 상품과 비교하면 쉽게 알 수 있다. 국민 우리 신한 하나 등 4대 시중은행의 최근 장마와 예ㆍ적금(3년 만기 기준) 금리를 따져보면 장마에 비해 적금은 0.2~1.2%포인트, 예금은 1.5~2%포인트 이상 이율이 높다.
장마는 겨우 지난해 말 5%대에 진입했다. 그나마 연말정산 시즌에 반짝 쥐꼬리만큼 금리를 올렸다가 바로 내리는 '미끼 금리'가 전부다.
은행들은 먼저 적금과의 금리차가 적은 점, 매달 적립하는 점을 들어 '장마는 예금이 아니라 적금'이라고 항변한다. 고객들은 "몇 년만 지나면 1,000만원 이상 늘어난 금액이 남은 기간 계속 묶여있기 때문에 예금"이라고 주장한다. 예컨대 3년 동안 3,000만원을 넣었다면 나머지 4년은 정기예금 취급을 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소득공제와 비과세 혜택 등도 은행들의 변명거리다. 그러나 원칙적으로 이들 혜택은 은행이 자체적으로 고객에게 베푸는 게 아니라 정부 차원의 지원책임을 슬쩍 감추고 있다.
더구나 소득공제 등의 혜택을 다 합쳐도 예ㆍ적금 이자 수준을 못 따라가는 게 현실이다. 4% 금리를 가정하고 매 분기 250만원씩 3년 동안 장마에 넣었다면 이자 195만원(비과세 혜택 포함), 소득공제 168만원(단 다른 소득공제가 없을 때)을 합쳐 최대 363만원을 받을 수 있다.
반면 3년 만기의 적금(5% 가정)과 예금(6% 가정)에 3,000만원을 넣어두면 각각 이자가 450만원, 540만원(세전)에 이른다. 즉 '장마는 적금'이란 은행들의 논리도 앞뒤가 맞지 않게 된다.
결국 은행들이 외치는 "장마는 최고의 재테크 수단"이란 구호는 허상에 불과한 셈이다. 유일하게 은행의 목소리 중 참고할만한 것은 '금리 하락기엔 상대적으로 피해를 덜 본다'는 것 정도다.
인터넷엔 '장마의 이자 가뭄'을 조목조목 비판하는 글들이 올라와 있다. 핵심은 "마치 고객을 위하는 것처럼 광고하지만 실제는 은행을 위한 상품이니 금리를 현실화하라"라는 것이다. 이제 은행이 답할 차례다.
고찬유 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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