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의 향방을 알려면 527그룹을 주목하라.
흑인인데다 경쟁자인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에 비해 정치적 후광이 부족하다고 평가 받는 버락 오마바 민주당 상원의원. 그가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돌풍을 일으킨 배경에 527그룹이 있다.
527그룹이란 기존 정당과 관련을 맺지 않고 공직에 출마하는 후보의 지지나 낙선 운동을 독자적으로 전개하는 독립 정치 조직으로, 미 연방세법 527조에 의해 세금 감면 혜택을 받는다는 것에서 이름이 유래했다.
527그룹이 활성화된 것은 2002년 기업이나 이익 단체가 정당에 제공할 수 있는 후원금인 이른바 소프트머니를 제한하는 법안이 통과되면서였다. 당시 소프트머니는 담배회사 등이 거액의 로비자금을 정당에 전달하는 통로로 이용되면서 논란을 일으켰다. 2004년 대통령 선거 당시 헤지펀드의 황제 조지 소로스가 존 케리 민주당 후보를 지지하는 방편으로 527그룹에 2,400만 달러(약 220억원)를 기부하면서 이 조직의 존재가 널리 알려졌다.
오바마 의원은 ‘보트 호프’라고 불리는 527그룹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보트 호프는 자매 단체인 파워팩과 함께 2월5일 슈퍼 화요일까지 400만 달러(약 37억원)를 투입해 오바마의원을 지지하는 내용의 TV 및 라디오 광고, 가두 캠페인 등을 전개할 예정이다. 힐러리 의원 진영에 비해 정치 자금이 열세인 오바마 의원에게는 든든한 지원 세력이 아닐 수 없다.
보트 호프를 설립한 스티브 필립스 변호사는 “오바마 의원이 미국 정치 발전의 신기원을 이룰 수 있다는 확신 때문에 조직을 만들었다”면서 “오바마를 지원하는 효과적인 방법을 찾다가 세금 감면 혜택이 있고 정치 관련법의 규제가 덜한 527그룹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오바마 의원 진영에 부담이 되는 측면도 있다. 연방법에 의해 527그룹과의 공식적인 관련이나 접촉이 금지된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 조직이 오바마가 내세우는 정강 정책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유권자에게 논점을 흐리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클린턴 의원은 527그룹 보다는 전국교사노조, 정부 공무원 노조 등의 지원을 얻고 있다. 140만명의 회원을 가진 전국교사노조는 클린턴 의원의 선거 지원을 위해 300만 달러의 예산을 책정했다.
문제는 노조가 특정 후보를 지지할 경우 정치행동단체(PAC)로 분류돼 세금을 납부해야 하는 등 규제를 받게 된다는 점이다. 527그룹에 비해 효율성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때문에 527그룹에 대한 혜택을 축소해야 한다는 비판도 나오고있다.
이민주 기자 mjlee@hk.co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