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캐스팅 보트 에드워즈
미 민주당 존 에드워즈 전 상원의원의 대선후보 지명전 중도 포기로 만들어진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과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의 본격적 양강 구도는 두 주자 가운데 과연 누구에게 더 득이 될까.
힐러리와 오바마 두 진영은 에드워즈 전 의원의 사퇴가 향후 경선에 미칠 이해득실을 면밀히 따져 보면서 저마다 에드워즈 전 의원의 지지선언을 이끌어낼 ‘구애’방안을 찾는데 골몰하고 있다.
에드워즈 전 의원은 30일 대권도전 포기를 선언하는 자리에서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으나 그의 측근들은 적절한 시점에 특정 주자에 대한 지지를 표명할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있다. 에드워즈 전 의원의 지지세력을 흡수하는 가장 확실한 길은 그의 지지선언을 얻어내는 것임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
이는 에드워즈 전 의원이 지금까지 확보한 대의원 26명의 향배와도 연관돼 있다. 에드워즈 전 의원은 이와 관련,“힐러리, 오바마 두 의원에게 내가 주장했던 빈곤 퇴치, 소외계층에 대한 배려 등의 이슈를 사장시키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면서 일종의 지지기준을 시사하기도 했다.
에드워즈 전 의원이 어느 편에 설 지에 대해선 다양한 전망이 나오고 있으나 힐러리 의원을 지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현재로선 더 우세하다. 에드워즈 전 의원은 지금까지 힐러리 의원을 ‘현상유지 세력’으로 몰아 붙이면서 워싱턴식 구태 정치를 혁파해야 한다고 주장해왔기 때문이다.
따라서 관심은 힐러리 의원이 에드워즈 전 의원에 대한 중립 유도에 성공할 것인지, 아니면 에드워즈 전 의원이 이를 무릅쓰고 2월5일 ‘슈퍼 화요일’전에 오바마 의원 지지를 선언할 지에 쏠려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2004년 대선에서 민주당 부통령 후보였던 에드워즈 전 의원이 이번에도 ‘러닝 메이트’자리에 관심이 있다면 특정 주자에 대한 지지는 더욱 극적인 방식으로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에드워즈 전 의원이 막판까지 지지선언을 하지 않을 경우, 누가 더 유리할 지에 대해선 전망이 엇갈린다.
변화를 강조하는 에드워즈 전 의원의 성향이나 정책 노선을 놓고 보면 그의 지지세력은 오바마 의원 쪽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 사우스캐롤라이나 예비선거를 통해 흑백 대결의 조짐이 나타난 상황에서 에드워즈 전 의원을 지지했던 백인들은 상당부분 힐러리 의원에 더 우호적일 수 있다는 주장도 무시하기 어렵다.
에드워즈 전 의원의 지지세력이 어떻게 나눠지느냐는 힐러리, 오바마 두 의원이 박빙의 접전을 펼치는 주들에서는 승패의 결정적 관건이 될 수 있다.
최근 에드워즈 전 의원의 사퇴를 가정한 여론조사에서 힐러리 의원에게 고무적인 결과가 나오기도 했으나 일부 전문가들은 그 동안의 민주당 경선 투표 행태로 보아 6대4로 오바마 의원이 유리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기도 했다.
■ 승기 움켜쥔 매케인
미 공화당 대선후보 지명전에 나선 존 매케인 상원의원이 플로리다 예비선거에서 승리한 이후 경선을 포기한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을 비롯해 아놀드 슈워제네거 캘리포니아 주지사 등 공화당 중진 인사들의 매케인 지지선언이 잇따를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는 2월5일 '슈퍼 화요일'에서 미트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와의 양강 대결을 앞두고 있는 매케인 의원이 날개를 달게 됐음을 의미한다.
플로리다 예비선거 3위로 경선 계속의 동력을 상실한 줄리아니 전 시장은 30일 "이번 경선에서 더 이상 뛰지 않을 것임을 공식 선언한다"면서 "나는 과거 토론회에서 만약 출마하지 않았다면 매케인을 지지했을 것이라고 말했고 이제 그 말을 실천한다"고 매케인 지지를 공식 선언했다.
매케인 의원과 줄리아니 전 시장은 모두 공화당 내에서 전통 보수라기 보다는 상대적 중도 입장을 취해왔기 때문에 줄리아니의 지지선언으로 갈라졌던 공화당내 중도세력 및 무당파들은 매케인 쪽으로 뭉칠 수 있게 됐다.
매케인 의원은 최근 경선의 잇따른 승리로 무서운 상승세를 타고 있기 때문에 이 같은 추가 원군의 확보는 특정 주의 경쟁 상황에 따라서는 승패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 동안 줄리아니 전 시장을 지원해왔던 슈워제네거 캘리포니아 주지사도 줄리아니의 경선 포기에 따라 매케인 지지로 선회할 것이 확실시된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슈워제네거 주지사가 31일중 매케인 의원에 대한 지지를 공식 선언할 예정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매케인 의원은 대의원수가 가장 많은 캘리포니아에서 현재도 앞서가고 있으나 슈워제네거 주지사의 가세로 승기를 더욱 굳히면서 인근 서부지역 주들에 대한 파급효과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뿐만 아니라 슈퍼 화요일에 경선을 치르는 주들 가운데 남부지역 표심의 향배를 가늠할 수 있는 핵심 지역인 조지아주의 색스비 챔블리스 등 2명의 상원의원 모두가 조만간 매케인에 대한 지지의사를 공식 표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매케인 의원은 사우스캐롤라이나에 이어 공화당 핵심 보수층, 기독교 복음주의자들의 세력이 강한 남부 지역에서 강력한 교두보를 확보하게 된다.
그렇다고 롬니 전 지사가 아무런 대책 없이 뒷짐만 지고 있는 것은 또 아니다.
롬니 전 지사는 정통 보수를 표방, 지지세력이 자신과 겹치는 마이크 허커비 전 아칸소 주지사의 사퇴가 보수층 표결집에 관건이 될 것으로 보고 여기에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와 함께 롬니 전 지사는 매케인 의원이 핵심 보수층으로부터 배척당하고 있는 약점을 최대한 활용, 불법 이민 문제 등에서 오히려 민주당식 해법에 가까운 정책을 내놓고 있는 매케인 의원을 집요하게 공략하고 있다.
롬니 전 지사는 '슈퍼 화요일'대회전 결과는 누가 '진짜 보수'로 인정받느냐에 좌우될 것으로 보고 30일 실시된 캘리포니아주 TV토론에서도 매케인 의원을 향해 보수 논쟁에 불을 붙였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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