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법조인 양성’을 표방하며 야심차게 출발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이 첫 단추를 꿰기 전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법학교육위원회의 로스쿨 예비인가 선정 결과에 대한 대학들의 반발은 폭발 직전이다. 불만의 화살은 교육인적자원부를 향해 있다. 예비인가 심사에서 탈락한 대학들이 공통적으로 문제로 지적하는 ‘불공정한 심사기준’을 만든 장본인이 교육부이기 때문이다.
정원 40명의 ‘미니 로스쿨’이 탄생한 배경에는 ‘지역간 균형을 고려한다’는 로스쿨 선정 원칙이 작용한 힘이 컸다. 그러나 사실상‘나눠먹기식 배정’의 원흉으로 지목된 ‘지역 균형 원칙’은 당초 로스쿨 법안은 물론 시행령에도 포함돼 있지 않은 내용이었다.
교육부는 지난해 9월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 시행령’을 확정 하면서 입법예고 당시 없었던 ‘설치인가 등에 있어 고려사항’(5조)이란 조항을 슬그머니 끼워 넣었다. “지역발전에 필요한 우수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지역간 균형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 이유였다. 대학들은 이 때부터 로스쿨 선정 작업이 변질되기 시작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문제는 이 기준이 교육부의 의지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어느 지역에 법학대학원을 설치할 것이냐는 지역균형 발전을 위해 1차적 고려를 해야 한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지역 안배 언급 직후 조항이 신설됐다.
대학들이 예비인가 심사결과를 혹평하며 소송 움직임을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교육부가 로스쿨의 도입 취지를 망각한 채 청와대의 압력에 밀려 스스로의 권위를 무너뜨렸다는 지적이다.
방희선 동국대 법대 학장은 “교육부는 로스쿨의 일반 원칙만 정하면 되는데, 지역균형이라는 ‘0순위’가 떡 버티고 있다 보니 법학교육위가 교육 목표에도 맞지 않는 기준에 얽매여 기형적인 로스쿨을 내놓고 말았다”고 비판했다.
물론 교육부는 이런 견해를 일축하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백년대계를 엉망으로 만들면서까지 통치권자의 의중을 반영하겠느냐”며 “지역균형 원칙은 법안 준비단계부터 꾸준히 검토해온 사안을 최종 단계에서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청와대가 예비인가 결과도 성에 차지 않는다며 지역균형에 대한 애착을 버리지 못하고 있어 4일 최종 결과가 발표되면 교육부와 로스쿨의‘정치 예속’ 논란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김이삭 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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