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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책] 밤의 군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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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책] 밤의 군대들

입력
2008.01.30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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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먼 메일러 / 민음사역사가 소설적이냐, 소설이 역사적이냐

1923년 1월 31일 미국 소설가 노먼 메일러가 태어났다. 그는 84세로 사망한 지난해 초에도 히틀러의 정신세계를 다룬 신작 <숲 속의 성> 을 출간하는 등 평생 현역으로 활동한, 미국 현대문학의 증인이자 시대의 비판자였다. 그의 이름을 알린 것은 2차대전 참전 경험을 토대로 쓴 <나자(裸者)와 사자(死者)> (1948)이다.

일본군이 점령하던 태평양의 한 섬을 놓고 벌어진 미군의 사투를 통해 삶과 죽음, 젊은 병사들의 갈등과 증오를 기록함으로써 전쟁의 참혹성과 비인간성을 제목처럼 적나라하게 드러낸 전쟁문학의 고전이다.

20년이 지나 <밤의 군대들> (1968)에서 메일러는 베트남전을 건드린다. 이 작품은 메일러가 1967년 10월 21일 펜타곤 앞에서 벌어진 베트남전 반대 시위에 참여했다가 구속되는 등 사흘 동안의 경험을 쓴 것이다. 책은 1부 ‘소설로서의 역사’와 2부 ‘역사로서의 소설’로 구성돼있다.

1부는 자신을 주인공으로 시위 현장을 그린 소설이다. 2부는 시위대와 정부의 협상 등 시위 상황을 시간별로 언론보도 등 각종 기록으로 보여주는 역사다. 그런데 이 보도나 기록은 각기 다른 관점에서 쓰여져 어느 것도, 심지어 시위 참가자 수마저 제각각이라 객관적이라고 할 수가 없다. 도대체 누가 현실을 재현할 것인가?

메일러는 이 작품을 통해 우리가 허구라고 보는 ‘소설’이 오히려 객관적 기록에 가까우며, 우리가 사실이라고 믿는 ‘역사’가 실은 수많은 주관으로 만들어진 또 하나의 허구임을 보여준다. 이른바 ‘뉴 저널리즘 문학’ 혹은 ‘논픽션 소설’의 탄생이다. “위대한 소설은 비행기 여행 중에 시간을 때우기 위해 읽는 책이 아닙니다.

쉽게 읽히는 책도 아닙니다. 하지만 지금… 훌륭하고 진지한 소설은 시장의 필요성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소설의 목적은 한 사람의 소일거리가 되는 것이 아닙니다. 한 사람의 인생에 관여하는 것입니다. 아니, 한 사람의 인생을 바꾸는 데 있습니다.” 2005년 미국문학공로상 수상식에서 한 그의 연설이다.

하종오 기자 jjo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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