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준웅 삼성 특별검사팀은 지난 25일 새벽 서울 중구 을지로 삼성화재 본사를 압수수색할 당시 압수수색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삼성 측이 증거인멸을 시도했다고 30일 밝혔다. 특검팀은 또 참고인으로 소환한 삼성 임직원들이 출석에 불응하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이라며 공개적으로 불만을 터뜨렸다.
특검팀 관계자는 이날 “삼성화재 건물내 여러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이 이뤄지는 상황에서도 다른 방에서 한 직원이 전산서버로 접속해 과천 삼성SDS e데이터센터의 자료를 일부 훼손하는 등 증거인멸 시도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객관적으로 전산자료 상에 없을 수 없는 자료인데도 삼성 측이 없다고 하기 때문에 (과천 e데이터센터에 대한 압수수색을 통해) 존재 여부를 계속 확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검팀은 이날 과천 e데이터센터에 대한 압수수색을 6일째 계속했고, 압수수색영장의 유효기간(1주일)이 끝나면 추가 청구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윤정석 특검보는 이날 브리핑을 통해 “참고인으로 소환되는 삼성측 임직원들이 여러가지 핑계를 대면서 출석에 응하지 않고 있다”며 전날에 이어 다시 수사 비협조 문제를 제기했다. 특검팀에 따르면 이날 4명의 임원에 대해 소환 조사를 통보했으나 2명만 응했다.
윤 특검보는 이어 “이들은 언론 노출로 인해 업무 추진에 지장을 받는다는 등의 사유를 들어 출석하지 못하겠다고 하는데, 좀 더 성실한 자세로 수사에 임해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된다”며 삼성 측의 수사협조를 촉구했다. 그는 또 “(현 상황이) 단발적인 ‘작은 전투’라기보다는 전체적으로 수사 방향에 대한 복안이 있기 때문에 (출석 불응이) 큰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며 수사 비협조가 계속될 경우 체포영장 청구 등 필요한 조치를 강구할 방침임을 내비쳤다.
조준웅 특검도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삼성전자 황창규 사장에게 최근 소환을 통보했으나 ‘1억 달러의 계약을 하러 미국에 가기 때문에 언론에 얼굴이 나오면 계약에 지장을 받는다. 나중에 조사 받을 테니 출국금지나 풀어달라’고 했다”면서 “잘못한 게 있든 없든 당당히 조사 받겠다고 하면 기업활동에 지장 있을 게 뭐가 있느냐”고 삼성측의 비협조적인 태도에 강한 어조로 불만을 표시했다.
특검팀은 이날 소환에 응한 삼성전기 이모 상무와 삼성전자 손모 상무 등 임원 2명을 상대로 계좌 개설 경위와 비자금 조성 등을 추궁했다. 또 김용철 변호사 명의로 개설된 차명계좌에 관해 조사하기 위해 삼성증권 대리와 주임 등 실무자 2명도 소환조사했다.
박관규 기자 qoo77@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