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그룹이 해체된 지 올해로 9년째를 맞았다. 하지만 경제계에는 여전히 '대우맨'이 뛰고 있다. 주요 기업의 대우 출신 최고경영자(CEO)만도 20여명으로 파악된다. 특히 증권업계와 건설업계, 중공업계, 무역업계 CEO에 대우 출신이 많다.
그러나 '대우'라는 이름으로 이들을 묶을 끈은 거의 남아 있지 않다. 이들이 김 전 회장과 대우의 재기를 위해 직접 뛸 수 있는 여건도 아니다. 대우맨들의 상징이던 서울역 앞 대우빌딩은 벌써 주인이 세 번 바뀌었다.
그 옆 대우재단빌딩에 옛 대우 직원들 모임인 '대우인회'가 있지만, 친목모임에 그치고 있다. 김우중 전 회장이 사면 이후 대우인회를 자주 찾으면서 최근 옛 멤버들의 출입도 잦은 편이다. 그러나 대부분 얼굴을 비추는 정도인 것으로 전해진다.
김 전 회장을 측근에서 수행했던 인사들도 뿔뿔이 흩어져 있다. 얼마 전까지도 '김우중의 입' '대우맨의 연결책'으로 불린 백기승 전 홍보이사는 정치권으로 갔다.
그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홍보특보를 거쳐 4월 총선에 출마할 예정이다. 김 전 회장의 수행비서 출신인 임재현씨는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수행비서를 맡고 있다. 김 전 회장의 '양아들'로 불리는 이동호 사장이 이끄는 대우자판도 서서히 독자행보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다.
3년 전 만들어진 김 전 회장과 대우의 추억을 나누는 인터넷사이트는 폐쇄됐고, 젊은 옛 대우직원 일부가 만든 세계경영포럼 등도 활동이 없는 상태다. 흩어져 있는 대우맨들은 김 전 회장의 향후 행보에 든든한 후원자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우 출신 현직 CEO를 보면 증권계에 경기고-연세대 경영학과를 나와 김 전 회장의 직계라인으로 꼽히던 박종수 우리투자증권 사장을 비롯해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김기범 메리츠증권, 진수형 한화증권 사장과 황건호 한국증권협회장이 있다.
추호석 파라다이스 대표이사, 정성립 대우정보시스템 사장, 박세흠 대한주택공사 사장, 김현중 한화건설 사장, 이승창 대우일렉 사장, 남상태 대우조선해양 사장, 강영원 대우인터내셔널 사장, 윤영석 두산중공업 부회장, 서종욱 대우건설 사장, 김기동 두산건설 사장, 최재범 메디슨 대표 등도 대우 출신이다.
이태규 기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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