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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G 금융사고는 '학벌주의의 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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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G 금융사고는 '학벌주의의 비극'

입력
2008.01.30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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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목표는 그랑제콜 출신 동료처럼 ‘스타 거래인’이 되는 것이었다.”

프랑스 소시에테 제네랄(SG) 은행의 금융사고를 일으킨 제롬 케르비엘(31)이 주장한 범행 동기다. 엘리트 틈바구니 속에서 능력을 인정 받고 싶었던 한 젊은이의 과욕이 빚어낸 이번 사건은 뿌리 깊은 프랑스 학벌주의의 이면을 보여준 셈이다.

사건의 초기 수사를 담당한 장 클로드 마랭 파리 검찰청 검사는 29일 “케르비엘은 동료들처럼 자신도 재능이 있다는 것을 과시하려는 욕구로 가득 차 있었다”고 밝혔다.

프랑스 일간 르 몽드도 이날 케르비엘의 진술을 인용, “은행의 윗선에서 내 투자 규모를 몰랐다는 것을 믿을 수 없다”며 “소규모 포지션으로는 이익을 낼 수 없음을 간부들이 잘 알고 있다”고 전했다. 케르비엘이 높은 수익을 올리면 불법 거래는 눈 감아주는 은행의 관행을 자신의 성공 수단으로 남용했음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케르비엘이 성공에 집착하게 된 배경에는 프랑스 학벌주의 탓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29일 장 피에르 뮈스티에 SG 투자은행 부문 사장을 비롯, 대부분의 SG 고위 임원들이 프랑스 최고 엘리트 양성기관인 그랑제콜 출신임을 지적하며 “SG가 그랑제콜 가운데 하나인 에콜 상트랄르 출신 지원자를 다수 고용해 왔다”고 보도했다.

그랑제콜 출신 동료들로부터 뒤지지 않기 위해 케르비엘이 500억유로에 달하는 엄청난 규모의 투자를 감행했다는 시각이다. 그랑제콜은 프랑스 혁명 직후 국가를 이끌 인재들을 양성하기 위해 세워진 특수교육기관으로 국립행정학교, 고등사범학교 등 학문 분야에 따라 구분되는 100여개가 있다.

리용2대학 출신인 케르비엘은 2000년 SG에 입사한 뒤 금융상품 계약을 점검하는 일을 담당했다. 2005년 선물 부문으로 자리를 옮긴 그는 처음에는 소액을 다뤘으나 투자수익이 늘어나자 성공에 확신을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불법을 통해서라도 투자 이익을 극대화해 회사의 인정을 받고 싶었다는 것이다.

프랑스 좌파들은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프랑스식 기업 문화에 일격을 가한 케르비엘을 영웅으로 치켜 세우고 있다고 영국 일간 더 타임스가 30일 보도했다. 좌파 네티즌들은 케르비엘을 ‘제국주의자를 몰아낸 프랑스판 체 게바라’라고 칭송하고 있으며 인맥구축 사이트 페이스북에서는 ‘케르비엘의 여자친구’라고 쓰여진 티셔츠를 판매되고 있을 정도다.

김회경 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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