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11월 현대증권은 중국 상하이 마린 타워 일부를 매입하는 프로젝트 파이낸싱(PF)에 100억원을 투자했다. 당시 다른 증권사들이 해외 부동산 투자에 눈을 뜨기 전이라 업계에서도 큰 관심을 가진 투자였다.
하지만 최종 투자 결정까지는 검토해야 할 사안이 수두룩했다. 특히 중국에서는 땅 소유권은 국가가 가지고 임대로 빌려주는 형식이라 자칫 하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었다.
건물 가격과 임대료가 향후에 오를지도 감안해야 했다. 현대증권은 우선 홍콩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뒤 투자금액을 지분화하는 방법으로 땅 소유권 문제를 말끔히 해결했다.
또 건물 가격이 워낙 싼데다 상하이 사무실 수요가 팽창하고 있어 손실을 볼 가능성이 낮다는 판단도 투자에 힘을 실어줬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현대증권은 이 투자로 현재까지 약 30%의 수익을 얻고 있다. 투자를 성공에 이르게 한 배후에는 투자 위험을 측정하는 리스크관리부가 자리잡고 있었다.
현대증권은 리스크 관리가 철저한 증권사로 정평이 나 있다. 실제로 고수익 고위험 상품인 옵션 분야에서 지난 10년 동안 월별 손실 횟수가 3회에 불과할 정도다.
내년 2월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으로 무한경쟁 체제에 돌입하는 상황에서 다른 증권사에 비해 다소 유리한 위치에 있는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이것이다. 증권사들이 세계적인 투자은행들과 경쟁을 위해 앞다퉈 고위험 고수익을 추구하는 투자 비중을 높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현대증권은 리스크 관리 분야의 비교우위를 유지하기 위해 리스크관리부를 본부로 승격시켰고, 그 밑에 리스크관리부와 신용 및 투자분석부를 둘 계획이다. 리스크관리부는 현재 주로 하고 있는 주식과 채권 등의 가격 급등락에 따른 위험을 최소화 하는 업무라 다른 증권사와 별반 차이가 없다.
하지만 신용 및 투자분석부는 은행의 여신ㆍ투자 심사 부서처럼 파생상품과 PF사업 등의 사업성을 따진다는 점에서 새로운 시도다. 이런 점에서 신용 및 투자분석부는 현대증권이 명실상부한 투자은행(IB)으로 거듭나는 시발점이 될 전망이다.
인력면에서도 현재 15명에 불과하지만 2009년까지는 2배인 30명까지 늘려 업계 최고의 리스크 관리본부를 꾸린다는 계획이다.
노태일 리스크관리부장은 "최근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쇼크나 프랑스 은행 소시에떼 제네랄 사기 사건에서 볼 수 있듯이 리스크 관리는 날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며 "그 동안의 리스크 관리 노하우를 살려 국내 최고의 투자은행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형영 기자 truestor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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