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숙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위원장이 전 국민의 영어 발음 개선을 위해 현행 외래어 표기법의 수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혀 논란이 예상된다. 이 위원장은 초중고교의 영어 수업이 수준별로 진행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이 위원장은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 인수위 대회의실에서 열린 '영어 공교육 완성 을 위한 실천방안 공청회'에 참석, "영어 표기법이 획기적으로 바뀌지 않으면 원어민처럼 발음하기 어렵다"며 "국립국어연구원의 외래어 표기법도 수정 보완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최근 언론인과의 만남에서 'Press Friendly'(언론 친화적)라고 말했더니 모든 언론이 '프레스 프렌들리'라고 적어(R과 F 발음을 잘못 표기해) 보도했다"면서 "처음 미국에 가서 (표기법 대로) '오렌지'를 달라고 했더니 못 알아들어서 'Orange'라고 말하니 알아듣더라"며 외래어 표기법과 실제 영어 발음의 괴리가 영어 학습에 장애가 된다고 강조했다.
이 위원장은 이어 "잘못된 표기에 의한 발음을 하니까 외국인도 못 알아듣고, 우리도 주눅든다"며 "초중고등 교육 과정에 맞춰 표기법을 수정 해야 하지만, 법 개정 사안이라 당장 추진은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 한국외대 교수는 "근본적으로 영어실력은 좋은 교육 과정에 따라 수준 높은 교사로부터 배우면 자연스럽게 느는 것이지 외래어 표기법을 탓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국어연구원도 "현재도 외국어 발음과 최대한 가깝게 표기하는 '원음주의'를 채택하고 있어 큰 문제가 없다"며 수정에 부정적 입장을 나타냈다. 한 관계자는 "새 표기문자를 만들지 않는 이상 영어의 F나 R, Th 발음을 원음대로 표기할 순 없다"며 "표기를 바꾸면 사전 재발간 등 조 단위의 비용이 들고 혼란도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발언에 대한 비판이 일자 이 위원장 측은 "이 위원장의 평소 소신이지만 위원회의 공식 견해는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라제기 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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