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40 토크토크] 영화 '마지막 선물' 허준호키워드로 짚어본 연기인생 20년
배우 허준호는 에스프레소 커피를 주문했다. 수많은 이들과 인터뷰를 해 왔지만 에스프레소 커피를 주문한 배우는 처음이었다. 1시간 남짓한 인터뷰 동안 마시기에 에스프레소는 양이 너무 적다.
허준호의 대답은 간결했다. "진해서요." 허준호가 피우는 담배의 향도 진하다. 왜 진한 것을 찾을까? 역시 간결한 대답이 돌아왔다. "약하면 자꾸 찾게 되잖아요." 담배도 커피도 자주 접하지 않기 위한 허준호의 선택이다.
어느덧 불혹의 중턱에 다달은 나이. 연기 나이만 해도 약관이 넘었다. 게다가 그 동안 맡아 온 배역이 좀 강한가. 최근작들만 떠올려도 영화 <실미도> <중천> 드라마 <주몽> <로비스트> 등 굵직굵직한 작품이 즐비하다. 진한 연기를 우려내는 허준호가 담배와 커피를 찾는 것은 언뜻 당연해 보인다.< p>로비스트>> 주몽> 중천> 실미도>
허준호는 개봉을 앞둔 영화 <마지막 선물> (감독 김영준ㆍ제작 태원엔터테인먼트)에서는 어깨에 힘을 뺐다. 자연인 허준호에 가까운 모습으로 돌아와 지극한 부정(父情)을 연기한다. 강하진 않지만 20년 연기 인생의 노하우를 녹여낸 섬세한 감정 연기다. 마지막>
배우 허준호의 20년을 키워드로 짚어본다.
▲ 아버지(故 배우 허장강)
=아버지에 대한 질문이 부담스럽지 않냐고요? 아버지와 저는 따로 갈 수 없는 배우예요. 아버지는 30년 동안 연기를 하셨어요. 이제 겨우 20년 된 저와 비교할 수 없죠. 30년 후 아버지를 능가했다는 평가를 받는다면요? 모든 것이 스톱일 것 같아요. 꿈을 뛰어넘는 다는 거니까요. 과연 그런 일이 있을까요?
▲ 신현준(<마지막 선물> 공동 주연) 마지막>
=영화 <장군의 아들> 에서 신현준을 처음 봤어요. '저 인간 때문에 내 밥줄이 끊기겠구나' 싶었죠. 우리 나라 배우 같지가 않더라고요. 사실 <마지막 선물> 은 신현준의 작품이에요. 신현준이 정극 배우임을 확실하게 보여주는 작품이죠. 신현준이 주목 받았으면 좋겠어요. 마지막> 장군의>
▲ 해모수(MBC 사극 <주몽> 의 배역) 주몽>
=저를 다시 일어나게 한 배역이죠. 사실 제 연기 호흡이 짧아서 사극을 피하고 있었죠. <주몽> 의 해모수는 출연 분량이 짧아서 선택했어요. 너무 고맙죠. 제게 연기가 하고 싶다는 마음가짐을 새롭게 가지고 해 주었으니까요. 주몽>
▲ 박준규(故 배우 박노식의 아들)
=준규요? (웃으며) 그 자식 나쁜 자식이에요. 하하, 농담이고요. 준규랑은 정말 친하죠. 아주 어릴 적부터 함께 자랐으니까요. 자주 만나지는 못해요. 워낙 마음이 통하니까 가끔 전화 통화로 안부 묻고 위로 받고 그러죠.
▲ 술(그는 한 때 알아주는 주당이었다)
=제가 술 때문에 일을 쉬지 못하고 계속했어요. 놀면 술마시니까요. 술 못마실 때부터 엄청나게 마시다가 사고도 여러 번 쳤죠. 이제는 끊었어요. 끊고 나니까 이렇게 좋을 수가 없네요.
▲ 장르(허준호는 영화 드라마 뮤지컬을 넘나드는 배우다)
=저는 사실 다를 바가 없다고 생각해요. 이 좁은 시장(국내 연예계)에서 가릴 게 뭐가 있겠어요. 배우가 연기를 한다는 자체는 다를 것이 없어요. 다만 매체가 다를 뿐이죠. 작품과 배역이 좋으면 장르는 상관 없어요. (웃으며)장르를 따지기보다는 이제 나이대에 맞는 역을 해야죠.
▲ 영우(<마지막 선물> 에서 맡은 배역) 마지막>
=사실 현실감이 없는 인물이죠. 오직 남을 위해서만 살잖아요. 그래도 아버지이기 때문에 이해가 돼요. 저도 딸을 살리기 위해서는 제 목숨도 기꺼이 바칠 수 있어요. 극중 첫사랑의 영정을 보며 오열하는 장면이 가장 가슴에 와 닿는데 편집돼서 조금 속상했어요.
▲ 안성기(영화 <실미도> <신기전> 등에 함께 출연) 신기전> 실미도>
=가장 존경하는 선배님이세요. 항상 연기에 변화를 주시죠. 주변 사람들도 워낙 잘 챙기시고요. 저는 말을 하면 상대방이 좀 세게(?)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어요. 그러니 자연스럽게 말수도 줄어들게 되더라고요. 제가 부족해서죠. 여러 가지 면에서 안성기 선배님의 제 인생의 롤모델이에요.
▲ 신앙
=요즘 외로움을 많이 느껴요. 고독함을 즐기냐고요? 글쎄요. 외로움을 좋아하는 사람이 정말 있을까요? 전 집에 들어오면 '전축'과 제일 먼저 얘기해요. 말을 받아주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느끼고 있죠. 그래도 신앙을 가진 후 많이 안정을 찾았어요. 모든 욕심을 벗어 던진 것 같아요. 요즘은 마음이 참 편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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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안진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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