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보다 경기장 시설이 너무 탐나네요. 이번 경기를 계기로 핸드볼 전용 경기장이 만들어지기를 바랍니다.”
경기 시작 한 시간 전. 아직 절반도 들어차지 않은 응원석 한 가운데에 그들은 일찌감치 자리를 잡고 앉아 떨리는 가슴을 진정시키고 있었다.
한국과 일본의 2008베이징올림픽 아시아지역 예선 재경기가 열린 29일 도쿄 요요기 국립실내체육관. 그 안에 영화배우 문소리(34)와 김정은(32)이 있었다.
지난 1월 초 개봉해 18일만에 250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는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우생순)의 두 주인공이었다. <우생순> 은 최근 국제핸드볼연맹(IHF)의 베이징올림픽 아시아 예선전 재경기 결정과 절묘하게 맞물리면서 핸드볼 열풍을 일으키는데 단단히 한 몫을 했다. 우생순>
영화에 한번 출연한 것 뿐인데 이렇게 애정이 깊어질 줄은 상상하지도 못했다. 문소리와 김정은은 체육관에 들어서자마자 요요기 국립체육관의 시설을 부러운 듯 쳐다봤다. 김정은은 “다른 것보다 체육관 시설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와요. 이런 환경에서 우리 선수들이 운동을 한다면 훨씬 뛰기 좋을 텐데요”라고 말했다.
두 여배우는 응원단장 바로 앞 자리에서 시종일관 목이 터져라 ‘대~한민국’을 외치며 응원전에 동참했다. “홈팬들이 더욱 많은 만큼 목이 터져라 응원하겠다”던 문소리는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댔고, “파도 응원도 하고 응원단과 하나가 되겠다”던 김정은은 파도의 물결에 따라 일어섰다 앉기를 반복했다.
최근 핸드볼 홍보대사에 위촉된 이들은 핸드볼에 대한 넘치는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문소리는 “영화의 내용은 최선을 다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박수를 보내자는 의미였지만, 오늘 경기는 꼭 이겨서 결과도 좋게 나오길 빈다”며 한국의 승리를 기원했다.
문소리는 “영화를 통해 잠시 경험한 선수들의 투혼과 정신력에 존경을 표한다. 영화에서 우리는 졌지만 오늘은 꼭 이길 것이다”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이날 경기가 한국의 일방적인 리드로 진행되자 “한국이 10골 정도 차이로 완승을 거둘 것”이라고 예상했던 김정은은 뿌듯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도쿄=허재원 기자 hooa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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