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정몽준 의원의 행보가 거침없다. 정 의원은 29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당 전국위원회에서 최고위원으로 선출됐다.
지난해말 대선 직전에 이명박 당선인에 대한 지지를 선언하고 한나라당에 입당할 때만 해도 정 의원의 한나라당 착근이 쉽지 만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한때 유력 대선주자이기도 했지만 그와 한나라당과의 인연은 그리 깊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날 정 의원의 최고위원 합의 추대는 그의 뿌리 내리기가 무난하게 이뤄지고 있음을 보여 준다.
정 의원은 이날 오전에는 통의동 당선인 집무실을 찾아 특사자격으로 미국을 방문하고 온 결과를 비공개로 보고하기도 했다. 이날 보고가 비공개 진행된 것에 대해 이 당선인 측은 “최근 당선인 일정이 언론에 지나치게 많이 노출된다는 지적이 있기 때문”이라고 했지만 당 안팎에선 이 당선인의 ‘정 의원 힘 실어주기’가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다.
한미동맹 강화를 최우선하고 있는 이 당선인이 미국 특사단장에 정 의원을 임명해 힘을 실어 준 데 이어 특사보고도 이전과 달리 비공개로 받은 것은 분명 의도가 있다는 것이다.
정 의원이 방미 기간 “좋은 경쟁구도를 만들어 좋은 후보가 나와야 일을 잘할 수 있는 법”이라고 말한 것을 놓고서도 정 의원이 박근혜 전 대표와의 차기 경쟁을 사실상 선언한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이러 저런 상황을 종합하면 정 의원이 2012년 대선을 겨냥한 한나라당의 차기 주자로 급부상하고 있음은 부인할 수 없다. 정 의원 측 역시 이 같은 분위기가 싫지 않은 기색이다.
하지만 아직은 거쳐야 할 관문이 많다. 우선 임박한 4월 총선에서 정 의원이 어떤 기여를 하느냐를 당 안팎에서 주시하고 있다. 그 다음 착점은 7월 전당대회가 될 것이다.
정 의원이 박 전 대표에게 차기 경쟁의 도전장을 내밀려면 우선 이 당선인 측 세력을 업어야 한다. 세력을 업을 수 있느냐, 없느냐의 갈림길에 7월 전당대회가 놓여있다. 때문에 이 당선인 측 2인자를 자처하는 이재오 의원과 정 의원과의 경쟁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정 의원 측은 현재 전당대회 출마를 조심스럽게 저울질하고 있다고 한다.
이동훈 기자 dh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