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위원회가 명의도용방지장치 도입을 통신업계 전체로 확대할 방침이어서 업계의 불만을 사고 있다. 비용 부담에도 불구,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기 때문이다. 더욱이 명의도용방지장치는 강제할 수 없는 민간 자율 업무여서 통신위가 전면에 나서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통신위가 이동통신업체들이 자발적으로 실시하는 명의도용방지장치를 유선통신업계에까지 확대하기 위해 참여를 독려하고 나서 물의를 빚고 있다.
이통사들이 실시하는 명의도용방지장치는 휴대폰 개통 때 주민등록번호를 제시하면 이통업체들이 지난해 1월 함께 만든 명의도용방지센터에서 이통 3사에 동일한 주민등록번호로 휴대폰 개통 여부를 확인한다.
개통된 휴대폰이 있으면 해당 번호로 문자메시지를 발송해 신규 휴대폰의 추가 개통 사실을 통보한다. 만약 주민등록번호가 도용된 경우 이통사에 통보하면 신규 개통이 바로 철회된다.
통신위원회는 이 같은 명의도용방지장치를 유선통신업체로 확대하기 위해 최근 통신사업자연합회가 주최한 워크숍에서 브리핑을 했다. 이 자리에는 SK텔레콤, KTF, LG텔레콤 등 이통 3사와 KT, 하나로텔레콤, LG데이콤 등 유선통신업체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공교롭게도 이통사들이 명의도용방지센터와 재계약을 앞둔 시점에 통신위가 명의도용방지장치 확대를 독려하고 나서 의혹이 일고 있다. 이통사들은 30일자로 명의도용방지센터와 계약이 종료되는데, 대부분 실효성에 의문을 나타내며 재계약에 부정적이다.
이동통신업체 관계자는 "문자메시지를 받은 이용자들이 명의도용이 실제로 일어나도 회신을 하지 않는다"며 "명의도용 감소에 대한 일체 보고가 없어 수수료 값을 하는 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수수료 차등 부과도 논란이다. 현재 주민등록번호 1개를 명의도용방지센터에 조회할 경우 65원의 비용이 든다. 50원은 명의도용방지센터에서 수수료로 가져가며, 15원은 이통사들이 문자메시지 발송비용으로 부담한다. 그러나 이통사들은 문자메시지 발송비용을 서로 부과하지 않기로 합의해 50원의 수수료만 내고 있다.
그러나 신규 참여 유선통신업체들은 문자메시지 비용을 포함해 건당 65원의 수수료를 내야 하는 점도 불만이다. 유선통신업체 관계자는 "수수료 차등 지급 등 비용도 문제"라며 "업체들이 자율적으로 명의도용방지장치를 도입할 계획인데 통신위가 나서니 안 할 수도 없다"고 우려했다.
업체 관계자는 "비용이 들어가는 만큼 음으로 양으로 이용자에게 불필요한 비용이 전가될 것"이라며 "업계나 이용자 모두에게 부담스러운 일"이라고 반발했다.
이에 대해 통신위 관계자는 "최근 초고속인터넷에서도 명의도용 사례가 늘고 있어 유선통신업체까지 명의도용 방지장치를 확대하는 것"이라며 "이동통신의 경우 명의도용방지장치 도입 후 명의도용 건수가 크게 줄었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오해의 소지가 있지만 권한 행사가 아닌 문제해결 차원에서 통신위가 참여하는 것"이라며 "강제가 아닌 업체 자율인 만큼 원치 않는 업체는 참여하지 않아도 된다"고 덧붙였다. 통신위는 민간 자율을 주장하면서도 30일 통신업체들이 참가한 가운데 후속 회의를 가질 예정이다.
최연진 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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