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시험대에 올랐다. 작년까지만 해도 두 자릿수의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하며 미국을 대신할 ‘슈퍼엔진’으로 여겨졌던 중국이 지금은 오히려 세계 증시를 짓누르는 천덕꾸러기로 전락한 것이다.
■ 맥 못 추는 중국 증시
미국의 다우지수는 지난해 10월 9일 14,164.53을 정점으로 29일 현재까지 12% 가량 떨어진 반면, 상하이종합지수는 전년 고점(10월 16일 6,092.06) 대비 26% 이상 주저앉을 정도로 낙폭이 컸다. 국내 설정된 대다수 중국펀드가 투자 대상으로 삼고 있는 홍콩 H증시는 전년 고점(10월 30일 20,400.07)에서 무려 38% 이상 폭락했다.
당연히 수익률도 급전직하 하고 있다. 코스피 시장 업종별 등락률을 보면 기계(-36.63%) 철강금속(-22.28%) 운수장비(-30.46%) 화학(-32.76%) 기계(-36.63%) 운수창고(-30.55%) 등 중국 관련 업종이 전기전자(-8.38%) 통신(-2.98%) 금융(-17.52%)에 비해 낙폭이 컸다. 믿는 도끼(중국)에 발등이 찍힌 셈이다.
중국(홍콩 포함) 증시가 맥을 못 추는 가장 큰 원인은 중국 정부의 긴축정책 때문이다. 하지만 미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쇼크의 불똥이 중국으로 튀고 있다는 점도 점차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실제 중국 평안보험과 중국공상은행이 투자한 유럽계 헤지펀드들의 파산설이 나도는 등 중국이 서브프라임 사태에 노출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중국 증시는 28일 하루에만 7% 이상 급락하기도 했다.
■ "여전히 매력" vs "과대 평가"
최근 중국 증시의 부진에도 불구, 국내 전문가들 사이에선 “그래도 중국만큼 매력적인 시장이 없다”는 의견과 “성장성이 과대 평가됐다”는 의견이 맞서 있다.
미래에셋은 중국에 변함없는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국내 대표주자이다. 미래에셋의 중국 타깃팅 전략은 대표 펀드인 인사이트 펀드의 국가별 투자 비중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지난해 12월 31일 현재 중국과 홍콩을 합친 범중국의 비중은 무려 45.35%에 달한다.
미래에셋 측의 논리는 이렇다. “중국은 MSCI AC 월드 지수 내 비중이 1.69%에 불과하지만, 국내총생산(GDP) 비중은 17.73%에 달할 정도로 저평가 돼 있다. 또 수년 간 10% 이상의 경제성장률을 유지할 정도로 성장성도 충분하다. 중국은 13억 인구를 밑거름 삼아 세계의 공장에서 소비대국으로 변모하고 있다. 수출선 다변화로 미국 경기침체에 따른 타격도 크지 않을 것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쇼크에서도 한 발짝 비켜서 있다. 결국 중국 등 신흥시장의 성장은 미국의 경기침체를 상쇄할 만한 여력을 갖추고 있다. ”
그러나 반론도 만만치 않다. 김학주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성장 잠재력이 있는 것과 현재 소비력이 있는 것과는 엄연히 구분해야 한다”며 “중국의 성장은 수출이 아닌 투자가 견인하는데, 미국 등 선진국 경제가 침체에 빠지면 투자금이 현저히 줄어들어 성장이 주춤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즉, 중국은 충분한 소비 잠재력이 있지만, 물가상승률이 6%를 넘나드는 상황에서 소비 시장이 활성화하긴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정의석 굿모닝신한증권 투자분석부장도 “주가와 GDP 성장의 연관성은 엷어지고 있는 반면, 자본 유동성과는 비례 관계가 성립되고 있다.
그런데 글로벌 자본 주도권은 여전히 미국에 있고, 미국은 ‘돈맥 경화’에 걸려 있다”고 말한다. 결국 중국이 고도 성장을 할 수는 있지만, 증시는 유동성 부족으로 지지부진 할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그는 “글로벌 자본의 유출ㆍ입이 자유로운 홍콩 H증시를 보더라도 중국 경제의 강력한 영향력 아래 있긴 하나, 미국 증시와의 상관관계가 매우 높다”고 설명했다.
안형영 기자 truestory@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