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짱] 4년만의 정규앨범 '조용한 대박' 소소한 일상의 즐거움 담아한편의 '음악수필' 듣는 듯… 담백해진 노래 "김동률 어디갔지?"
몇 겹의 옷을 훌훌 털어버린 듯한 느낌이다. 가볍고 홀가분해 보인다. 특유의 미소를 보일 때마다 여유가 묻어나온다.
4년 만에 5집 앨범<모놀로그(monologue)> 를 내고 활동을 시작한 가수 김동률은 한결 편안하게 보였다. 그가 들고 나온 음악도 만든 사람의 상태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었다. 모놀로그(monologue)>
느슨하고 담백해졌다. 웅장하고 꽉 찬 오케스트라나 흥겨운 브라스밴드가 등장하지 않는다. 과한 편곡은 애초에 사라졌다. 노래에 그리고 연주에 집중하도록 듣는 이를 배려했다.
김동률은 이런 변화를 마땅히 표현할 단어를 찾지 못하다가 최근에야 '편곡 다이어트'라고 답하게 됐다고 쑥스럽게 말했다. <기적> <시작> <배려> <편지> <희망> <낙엽> <망각> <고별> 등 유독 두 글자 노래 제목을 좋아했던 김동률. 그가 이제 '변화'라는 그리고 '시작'이라는 화두를 가지고 팬들에게 새로운 음악을 만들어 냈다. 고별> 망각> 낙엽> 희망> 편지> 배려> 시작> 기적>
가수 김동률의 5집 수록곡을 접한 팬들은 놀랄지 모른다. 일찍이 접하지 못한 김동률의 새로운 면모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동률의 음악적 동지 이적은 "김동률이 다 어디갔어?"라는 다소 의외의 반응을 보였다.
무엇보다 김동률이 작정하고 새로운 음악을 만든 것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4년의 준비기간 동안 천천히 주변을 인정하고 돌아보며 느낀 성찰이 묻어나는 노래이기 때문이다. 이런 변화를 김동률 본인이 가장 잘 알고 있었다.
김동률은 "유학을 마치고 돌아와서 만들었던 4집은 세상에 대한 날이 서있다고 해야 할까요. 한 마디로 적응기였죠. 학생에서 사회인으로, 보스톤에서 서울로, 그리고 20대에서 30대로의 변화로 민감했던 시기가 아닌가 싶어요. 이제는 많은 것들이 편해졌어요. 정신적으로 편해졌죠"라고 말했다.
김동률은 순하게(?) 만든 것은 음악과 일이었다. 김동률은 2005년 KBS 쿨FM(89.1Mhz)<김동률의 뮤직아일랜드> DJ를 맡으면서 일이 주는 안정감과 음악이 주는 편안함을 받았다고 했다. 김동률의>
김동률은 "DJ를 했던 것이 물리적인 사건(?)이었죠. 좋은 사람들과 매일 좋은 음악을 들을 수 있어서 좋았던 시간이었어요. 마치고 집에 들어오면 뿌듯한 기분이 들었어요. 이후로 많은 것들이 편하고 즐거워진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이전까지 김동률의 음악은 뭔가 마음의 준비가 필요했던 것이 사실이다. <기적> <다시 사랑한다 말할까> <사랑한다는 말> <이제서야> 등 슬프고 복잡한 심경을 털어낼 카타르시스를 전해주는 곡들이 많았다. 음역의 기복이 심했고 사운드도 웅장했다. 이제서야> 사랑한다는> 다시> 기적>
5집에서는 여백이 느껴지는 편곡 소소한 일상을 다룬 곡들이 눈에 띈다. 앨범의 제목도 독백(모놀로그)으로 정한 만큼 자신이 보인다.
타이틀 곡 <다시 시작해보자> 는 '1990년대의 김동률'이 되돌아온 듯한 느낌을 준다. 진중하게 읊조리다가 후반부 질러주는 김동률 노래의 공식을 재현하고 있다. 가장 큰 변화가 눈에 띄는 것은 <출발> 이다. 김동률이 개인적으로 그토록 싫어했다는 '컨츄리포크록'풍의 노래다. 출발> 다시>
김동률은 "회사 그만 둔 사람이 버스나 기차에 올라타면서 들을 수 있는 노래"라고 소개했다.
이 밖에도 알렉스와 함께 부른 <아이처럼> , 버클리 동창이자 유명 피아니스트인 히로미 유에하라이 연주로 참여한 <노바디(nobody)> , 자신이 음악하기를 정말 잘했다고 느끼게 해줬다는 2004년 콘서트의 감흥을 담은 <콘서트(concert)> 등이 한층 편안하고 가벼워진 그를 표현해주고 있다. 콘서트(concert)> 노바디(nobody)> 아이처럼>
김동률은 "예전 음악은 불을 꺼놓고 조용한 분위기에서 들었다면 이번에는 그냥 음악을 틀어놓고 여러 가지 일을 해도 될 것 같아요. 설거지를 할 수 있을 정도로요.(웃음) 기분이 좋고 여행을 다니면서도 부담 없이 들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했다.
가수 김동률에게 5집 <모놀로그> 는 새로운 이정표임에 틀림없다. 음악을 하면서 뭔가 새로운 것을 시도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조금은 벗어났기 때문이다. 대신 팬의 입장에서 음악을 듣게 되고 그들과 소통하고 싶다는 뮤지션의 기본으로 돌아갔다. 모놀로그>
김동률은 "가수에게 노래는 기억 같은 존재에요. 당시의 기억을 부르던 노래가 대신하거든요. 듣는 사람들도 마찬가지에요. 어떤 노래에 대한 추억이 하나씩 있잖아요. 그 노래를 들으면서 옛 추억도 떠올리게 되죠. 그런 의미에서 음악은 수필이고 일기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 때 그 시절에 이 노래가 나에게 용기를 줬어. 힘들 때 들으면서 큰 의지가 됐어 하는 노래가 됐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했다.
5집 앨범이 김동률에게 변화 외에 또 다른 교훈을 안겨줬다면 그것은 중용(中庸)이다. 변화의 정도를 스스로 조절하는 무언가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변화를 시도하되 자연스럽게 그리고 김동률 음악의 본질에는 무리를 줘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김동률은 "이번 앨범을 통해서 만족할 만큼 변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하지만 딱 여기까지가 아닌가 싶어요. 왜 그런 것 있잖아요. 좋아하는 가수들도 죽을 때까지 이것만 해줬으면 하는 느낌이 있거든요. 트렌디한 음악에 발빠르게 변화하는 가수가 있다면 그렇지 않은 가수들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렇다고 안주하고 답습한다는 얘기는 아니죠. 무조건 변화의 잣대로 채찍질 하는 것은 옳지 않아요. 음악적으로 게으르다고 생각하지 않거든요"라고 말했다.
김동률은 이전보다 더 자주 팬들을 만나고 싶다고 했다. 스스로 인정하는 완벽주의자이지만 부족한 모습 그대로 팬들과 소통하는 것 자체도 의미가 있다고 깨달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순간을 기록하고 기억하는 음악의 습성 때문이다.
"소소한 일상의 즐거움이 많이 담겨있어야 제게 의미 있는 음악이에요. 팬들도 그런 음악을 듣기 원하지 않을까요? 준비가 덜 됐다고 스스로 포기할 때가 많았는데 이제는 그보다 자주 팬들을 만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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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김성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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