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구계 퇴진 목소리 높여
“우리도 잘한 건 없어요. 하지만 오죽하면 이러겠습니까?”
탁구협회장 퇴진 운동을 벌이고 있는 김택수 대우증권 총감독의 목소리는 밝지 못했다. 그 자신 누구보다 탁구로 인해 부와 명예를 얻었기 때문에 한치 앞도 내다보기 힘든 현 탁구계의 난맥상에 대한 책임 의식도 강했다. 하지만 김 감독의 주장은 단호했다. “개인의 이익을 위해서 퇴진 운동을 벌이는 건 아니다. 올림픽이 6개월도 안 남은 지금 오죽하면 이런 행동을 하겠는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택수 감독이 국내 최대 규모의 탁구 인터넷 사이트인 `OK핑퐁'에 호소문을 올리면서 촉발된 천영석 대한탁구협회장 퇴진 운동의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각 실업팀 지도자는 물론이고 생활체육 동호인들까지 동참하고 있다. 김 감독은 천 회장이 국내 총판을 맡고 있는 탁구용품 버터플라이의 불매 운동까지 펼치고 있다. 버터플라이는 김택수 감독이 현역 시절 후원을 받았던 탁구 용품사다.
지난 해 대표팀 감독 사임 의사를 밝힌 유남규-현정화 감독에 이어 한국 탁구의 간판 스타로 꼽히는 김택수 감독까지 퇴진 운동에 나서면서 현 탁구협회 집행부는 크게 동요되고 있다. 실업탁구의 한 관계자는 “올림픽을 코앞에 둔 시점에서 협회장 퇴진 운동을 벌이는 것이 다소 무리일 수 있다. 하지만 한국 탁구가 올림픽만 바라볼 수는 없지 않느냐”며 천영석 회장의 ‘용퇴’를 촉구했다.
탁구협회측도 더 이상 사태를 방관하지만은 않겠다는 방침이다. 천영석 회장은 “31일 대의원총회에서 구체적인 입장을 밝힐 것이다.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르고 명예롭게 물러서려 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고 있다”며 아쉬움을 표시했다. 협회의 정현숙 홍보이사는 “올림픽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무책임하게 협회 집행부를 흔드는 건 과거 탁구로 녹을 먹은 사람들이 취할 행동이 아니다. 대의원총회에서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기범 기자 kik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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