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로 예정됐던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과 민주노총의 간담회가 돌연 무산됐다. 이에 따라 새 정부의 친기업적 행보에 불만을 보여온 노동계 반발이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노동계 일각에서는 “이 당선인의 노동운동 탄압 신호탄”이라는 비난과 함께 이 당선인에 대한 강력한 투쟁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어 새 정부와 노동계의 첨예한 대립이 우려된다.
간담회가 무산된 이유는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의 경찰 출석을 둘러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와 민노총의 이견 때문이다. 인수위 측은 25일 “이 위원장이 지난해 범국민대회 당시 민노총의 불법시위 여부과 관련해 경찰이 보낸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만날 수 없다”고 알려 왔다.
이에 대해 민노총은 “경찰서가 아닌 제3의 장소라면 응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고 전했지만, 인수위 측은 “그렇다면 이 당선인의 민노총 방문은 어렵다”며 간담회 무산을 통보했다.
민노총은 간담회 무산 사실을 통보받은 뒤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이 위원장은 28일 서울 영등포동 민노총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이 당선인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간담회 의제와 경호 문제까지 다 논의한 뒤 뒤늦게 경찰 출두를 문제 삼은 것은 만나지 않기 위한 핑계에 불과하다”며 “경제대통령이 되겠다고 하면서 민노총을 짓밟겠다는 의도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성토했다.
또이 당선인이 당선 뒤 모교인 고려대 행사에 두 차례 참석한 것을 거론하며 “민노총이 고려대 동창회만큼도 취급 받지 못하는 현실을 국민들에게 알리고 거기에 맞춰 철저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주호영 당선인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이 당선인이 신년 인사에서 강조한 기초 법질서 확립 원칙을 실천하기 위해 민노총과 더 많은 협의가 필요해 방문을 무기한 연기했다”고 밝혔다.
김일환 기자 kev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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