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년간 8811명·718억원… 道 지도단속 나서
구미시 구미공단의 한 휴대폰부품제조업체에 다니는 김모(34ㆍ구미시 인의동)씨는 내일 모레가 설이지만 요즘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지난해 초부터 회사 사정이 어려워지면서 월급이 제 날짜에 나오지 않더니 지금은 석 달치 월급이 밀려있다.
월급이라고 해 봤자 한 달에 100만원 남짓밖에 안되지만, 그나마 몇 달치가 밀리다 보니 딸아이 유치원 입학금과 물품비, 수업료도 여간 부담스러운 게 아니다. 지금까지 어떻게 주변에서 빌려 해결했지만 이제는 두 자녀 설빔을 고사하고 차례상 차릴 일마저 막막하다.
경기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임금을 제때 받지 못하는 근로자들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28일 경북도에 따르면 경북지역에서 최근 1년간 발생한 체불임금은 8,811명에 718억원이나 된다. 이 가운데 600억원 가량은 아직 해결되지 않고 있고, 2006년 이전 발생분을 포함하면 훨씬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구미지역은 2005년 94억원에 불과하던 것이 HK 파산 등의 여파로 지난해는 462억원으로 급증했다.
21일 포항시 포철산기에서 발생한 전국건설플랜트노조 포항지부 소속 노조원들의 방화사건도 임금체불에서 시작했다. 포철산기로부터 하청을 받은 J기계가 공사대금을 받아 놓고도 경영난으로 노조원 64명의 두 달치 임금 1억9,000여만원을 지불하지 못하자 설을 앞둔 노조원들이 과격행동에 나선 것이다.
이에 따라 경북도는 설 직전까지를 체불임금 청산 집중지도기간으로 설정하고 유관기관과 합동으로 임금체불 지도 단속에 나서는 한편 3%포인트의 이자를 보조하는 설 운전자금 1,000억원을 조기에 지원키로 했다. 또 근로복지공단 지역본부에서는 최근 1년간 2개월 이상 임금이 체불된 근로자들에게 500만원 한도 내에서 연리 3.4%의 체불근로자 생계비 대부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경북지역 임금체불은 대규모 섬유업체의 도산과 건설경기 침체에 따른 일용직 근로자들의 사례가 많아 해결이 어려운 형편이다. 경북도 관계자는 “설 운전자금을 금융기관을 통해 지원하고 있는데 체불업체 대부분이 담보가 부족하거나 신용도가 낮은 경우가 많아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대구=정광진기자 kjcheong@hk.co.kr구미=전병용기자 yong126@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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